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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법원의 부검영장 발부가 무효인 이유

레몬박기자 2016. 9. 30. 07:28

고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자 경찰은 백남기씨의 사인을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면 법원에 부검 영장을 신청하였지만 기각되었다. 하지만 경찰은 다시 재신청하였고, 법원은 이전 기각한 결정을 뒤엎고 이를 받아들여, 부검영장을 발부하였다. 그런데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이에 단서를 달았다. 

 

서울중앙지법은 백씨의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이례적으로 4가지 조건을 달았다.

 

▦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고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부검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다.

 

 

법조계에서는 영장 집행을 허락하면서 조건을 다는 경우도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이런 영장은 처음 본다”며 “장소와 시간을 정해주면서 확실한 제한을 둔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면 경찰이나 유족 모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영장 효력을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영장에 조건을 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부검이 옳다면 영장을 발부하고 아니면 기각해야 하는데 조건을 붙임으로써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9일 “법원이 동영상이나 진료기록을 보고도 원인을 밝혀내지 못할 정도로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부분이 있었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도 시신을 훼손하면서까지 다른 증거를 확보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과도한 결정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아래는 이정열 전 판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법원이 백남기 선생님에 대한 (부검을 위한) 검증영장을 발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영장의 내용이 아주 생소합니다. 영장을 발부하면서 조건을 달았다고 합니다.

 

 

그 조건이라는 것이 ① 부검장소는 유족 의사를 확인하고 서울대병원에서 부검을 원하면 서울대병원으로 변경할 것 ②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1~2명, 유족 추천 의사 1~2명, 변호사 1명의 참관을 허용할 것 ③ 부검 절차 영상을 촬영할 것 ④ 부검 실시 시기, 방법, 절차, 경과에 관해 유족 측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라 합니다. 영장을 발부하기는 하되, 유족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서 내린 판단이라 합니다.

 

 

아는 몇몇 전·현직 판사들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그 분들이나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조건이 붙은 영장을 본 적도 없고, 발부해 본 경험도 없다고 합니다. 의견을 모아 보았습니다.

 

 

영장에 조건을 붙일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백하지 않다 합니다. 그래서, 조건이 붙은 영장이 유효한지, 무효인지에 대해서 견해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유효라는 분들은 법적으로 명백하게 금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합니다. 반대로 무효라는 분들은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리고, 무효라고 보는 분들 중에서도, 조건만 무효이기 때문에 조건이 안 붙은 영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분도 계시고, 전체적으로 무효라고 보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이런 의견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첫째, 법원의 기본적인 임무를 망각한 판단이라 합니다. 법원의 기본적인 책무는 분쟁의 해결입니다. 이 사건에서의 다툼내용은 과연 부검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입니다. 옳다면 영장을 발부하면 되고, 아니면 기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건을 붙임으로써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합니다.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다른데, 이런 영장을 가지고 어떻게 분쟁이 해결되겠습니까? 오히려 분쟁이 더 조장되어 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법원의 기본적 책무를 망각한 영장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장이 유효한 것이냐, 무효인 것이냐의 문제는 탁상공론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서울대병원 안팎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백 선생님의 시신을 지키고 계십니다. 이 영장을 집행하려 하는 경우 충돌이 벌어질 것임은 명백합니다.

 

 

만약 영장이 유효하다면? 집행을 막으려는 시민들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과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영장이 무효라면? 그 영장에 따른 집행은 무효인 영장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한 공무집행입니다.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항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불명확한 영장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적법한 행동인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분쟁을 조장하는 영장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조건만 무효여서 깨끗하게 발부된 유효한 영장이라면? 유족을 배려한답시고 조건을 붙인 것 같지만, 아무 조건 없는 영장이 되어 버려서, 오히려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헛수고를 한 것이 됩니다.

 

 

둘째, 부검을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충돌의 책임을 비겁하게 백남기 선생님의 유족에게 떠 넘겨 버렸다 합니다. 조건에 의하면, 부검장소를 정하는데 유족의 의사를 확인하고, 부검절차에 참여하는 사람을 정하는데 유족의 희망에 따르라 합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백 선생님의 유족들께서는 부검 자체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분들한테 부검장소와 부검절차에 참여할 사람을 정하라고 하는 것은 유족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완전히 무시한 것입니다. 영장을 발부하기에도 기각하기에도 부담을 느낀 나머지,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부검을 실시하는 것처럼 포장을 해 버린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비겁하고 무책임한 영장이라고 합니다.

 

 

셋째, 조건 자체도 불명확하다 합니다. 법적인 행위는 명료해야 합니다. 그래야 제2, 제3의 다툼이 생기지 않습니다. 조건에 의하면, 유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 합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충분한’ 정보입니까? 설령 영장이 집행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과연 충분한 것인지, 충분하지 못한 것인지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런 기준을 제시해 주어야 할 임무를 가진 법원이 오히려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써서 더 큰 다툼이 벌어질 수 있게 해 버렸다고 합니다.

 

 

왜 이런 영장이 발부되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 영장은 무효입니다. 집행되어서는 안 되는 영장입니다.

 

 

한 때 법원에 몸을 담았던 사람으로서, 이런 영장을 맞이하시게 된 백 선생님과 유족분들께 법원을 대신하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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