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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게 무시당하여 울어버릴뻔한 사연, 몽골여행 아홉번째 이야기 본문

국내여행

말에게 무시당하여 울어버릴뻔한 사연, 몽골여행 아홉번째 이야기

레몬박기자 2009. 10. 24. 07:38


몽골 테를지 여행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보는 것입니다. 기자도 이 날 난생 처음으로 말을 타보았습니다. 오늘은 그날의 초난감했던 사연을 올리겠습니다. 아직 이전에 포스팅한 글을 읽지 못하신 분들은 아래 제목을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클릭하시면 원본사이즈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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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는 세 살만 되어도 말을 탈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말과 친숙하고, 말은 그들 생활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듯 시원하게 초원을 질주하는 그 모습, 상상만 해도 시원하지 않습니까? 테를지에 도착하니 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는 그곳 몽골전사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고 보면서, 나도 곧 저렇게 달려보리라 내심 기대가 가득했습니다. 








예전 세계를 휩쓴 몽골전사들은 전쟁을 나갈 때 항상 말 두필을 갖고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마리가 지치면 바로 그 옆의 말로 갈아타고 달리니 엄청난 거리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죠. 이 때문에 그들의 예상 경로를 나름 계산하고 있던 적들은 예기치 않는 시점에서 이들을 만나자 혼비백산 할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은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내며, 유럽을 공포로 몰았던 것입니다.








이 청년 정말 말을 잘타더군요. 옆에 한 마리를 묶어서도 자유자재로 움직입니다. 말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면서도 달리더군요. 아마 관광객이 타던 말이 사고가 났던 모양인지 연신 위치를 물으며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평지뿐만 아니라 계곡도 가파른 경사길도 자유롭게 다니던군요. 








 저도 말을 탔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모자쓴 귀여운 아가씨가 저의 선생님이 되어 말타는 법을 가르쳐주고 또 길을 인도해주었습니다. 이쁘죠? 마음도 참 이쁘고, 또 당찬 아가씨입니다. 이젠 19살이 되었겠네요. 말에 올라서는 법, 그리고 우리말로 "이랴"에 해당하는 몽골어로 말을 앞으로 가게 하는 법, 세우는 법 등 이런 기초적인 것을 설명해줍니다. 신기하게도 설명에 필요한 한국어를 잘 구사합니다. 그리고 노래도 잘 부르는데,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나 기타 한국 가요를 곧잘 흥얼거리면서 가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한국어를 잘하느냐고 하니, 이곳에 온 관광객들이 가르쳐주어서 배우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쁜 아가씨랑 짝을 지어 가는 것까지는 좋은데, 갑자기 난감한 일이 생겼습니다. 말이 갑자기 가질 않는 겁니다. 제가 좀 몸집이 나가기에 무거워서 그런지 아무리 이랴를 해도 안갑니다. 말을 어루만지고 말로 어르고 달래도 꼼짝을 안합니다. 이 아가씨가 말고삐를 잡고 끌어도 안가더니 급기야 "나 이제 도저히 못간다 배째" 하는 식으로 주저앉더니, 아예 드러누워버립니다. 다행히 저는 말에 떨어지지 않고 땅에 무사히 내려섰습니다만 이 초난감한 상황에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더군요.







함께 왔던 일행들이 저를 보면서 "그러게 박기자님 살 좀 빼라니까, 말이 너무 무거워서 그러잖아요" 그렇게 놀리기며 유유히 지나갑니다. 이 아가씨 드러누운 말을 발로 차고, 야단치고 아무리 타일러도 말은 완전히 빼째라 입니다. 순간 내가 말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는구나, 이젠 정말 살을 빼고야 만다며 이를 악무는 순간 눈물이 핑돌더군요. 1시간 이상을 말을 타니 안장이 작아서 그런지 엉덩이 꼬리뼈 부위에 살이 벗겨져 엄청 아프기도 하고, 초원을 질주하기는 커녕 지금 말에게 빌어야 하는 처지가 되니 괜히 설움도 생기고..

그런데 우리 선생님 핸드폰으로 누구에게 연락을 했는지, 곧 초원을 질주하는 말발굽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만치에 아주 무섭게 소리를 지르며 한 청년이 달려오는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기적이 생겼습니다. 배째라고 드러누웠던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것이 아닙니까? ㅎㅎ 이걸 보니 마음이 더 착찹해지데요. 이 놈 정말 절 만만하게 본 겁니다. 말에 올라타서 열받는 길에 저도 발로 차며 이랴를 외치니, 우리 선생님 하는 말 "발로 차지 말아요. 아파요" 그럽니다. 그런데 저는 발로 못차게 하면 자기는 심심하면 차더군요. 자기는 차도 안아프다나요? 그렇게 세 시간을 말을 타고 놀았습니다. 타고 놀 때는 좋았는데, 그 후 한달을 고생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고 한 분 빼고는 다 그런 증상을 호소하더군요.

몽골 사람들 세 살이면 말을 탄다구요? 정말 그렇습니다. 세 살은 더 되 보이지만 우리 막내보다 어린 녀석 정말 말을 능숙하게 타더군요.







테를지의 황혼보다 저들 부자의 눈빛이 더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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