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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대기 중 외제차 뒤에 섰다가 보험처리한 사연 본문

박기자 취재수첩

신호대기 중 외제차 뒤에 섰다가 보험처리한 사연

레몬박기자 2010. 2. 20. 05:00




이번 설 연휴 마지막 날, 처가집을 나와 기분좋게 집으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건널목에서 신호를 받아 차를 정지한 채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중 아차~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이 느슨해지면서 차가 앞으로 슬금슬금 굴러갑니다. 조수석에 있던 아내가 놀라서 소리를 지르더군요. 저도 깜짝 놀라 얼른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마침 1M 앞에 정차해 있던 승용차를 살짝 받았습니다.
 






놀란 마음에 차에서 내려 그 차 뒷 범퍼를 살펴보았더니 다행히 아무런 흔적이 없더군요. 앞 차 운전자와 조수석에 있던 이도 함께 내리는 것을 보고 제가 사과를 하며, 함께 차를 살펴보았습니다. 제가 악셀을 밟은 것도 아니고, 또 그 길이 경사진 것도 아니었거든요. 아무리 살펴봐도 기스난 흔적도 없었습니다. 뭐 이정도면 별 일 없겠다 싶었는데, 차를 운전하는 젊은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저는 웬만하여 여기서 제대로 살펴보고 해결하자고 제안했는데, 그들은 차는 이런식으로 살펴봐서는 모른다며 제 연락처를 따더니 바쁘다면 차를 운전해서 가버리더군요. 황당하데요. 이거 잘못하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찜찜한 마음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스쿠터

우리 아파트 주차장에 예쁜 스쿠터가 있더군요. 물론 옆은 제 차가 아닙니다.




그 사건 후 3시간 쯤 지나서 전화가 왔습니다.

" 아저씨 아까 사고당한 차주인데요, 제 차 범퍼가 깨져서 수리를 해야겠네요. 보험회사에 사고접수 좀 해주세요."

다짜고짜 사고접수 해달라는 말에 제가 어이가 없어 좀 따졌습니다.

"아니, 그렇게 해서 어떻게 범퍼가 깨집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데요. 정말로 깨진 거 맞습니까?"

그러자 하는 말이

" 아저씨가 사고내신 거 맞잖아요. 사고를 당한 제 차가 이상이 있어서 수리해야겠다는데 무슨 말입니까? 전 수리를 받아야겠고 어떻게 고장난 것인지 보험회사에서 와서 확인하면 될 것 아닙니까? 이렇게 전화로 왈가불가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구요. 일단 사고접수부터 해주세요."

잠시 전화상으로 실갱이가 오갔구요, 제가 일단 그렇게 하겠노라고 말하곤 전화를 끊었습니다. 당시 중요한 상담을 하고 있는 중이라 더 길게 말할 처지가 아니었거든요. 상담을 하고 있는 중에 또 전화가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 전화하기 곤란하니 조금 후에 다시 통화하자고 한 뒤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마친 후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한 후 사고접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문자가 와 있네요.

"사고 접수도 돼 있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아 경찰서에 신고하러 갑니다,"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한 시간 쯤 지난 뒤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와서 사고 경위서를 제출해야 한다네요. 할 수 없이 그 밤에 경찰서에 갔더니 그 친구들 고발만 해놓곤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경찰관에게 어느 정도 차가 파손됐냐고 물었더니 손톱만한 실기스가 나있더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차가 일제 외제차였다는 것이죠. 경찰관 아저씨 하시는 말씀이

"사람마다 차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저 넘길 수 있는 일이라도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그건 개인성향이기 때문에 일단 사고를 낸 이상
그런 기스라도 보상 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시며. 웬만하면 서로 합의해서 잘 처리하라고 권고해주십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피해자에게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는 이전에 해놨고, 보험회사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매듭을 짓자고 서로 합의한 후 경찰서를 나왔습니다.




흑색 전화기

옛날 이 전화기가 부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험회사에서 전화가 왔더군요. 신고한 지 4일째가 되나요? 보험회사 직원 하는 말이 그 쪽에서 자기들이 고칠 곳을 찾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해놓고 며칠 동안 연락이 없다가 오늘 연락와서 하는 말이 아무래도 차를 매장으로 갖고 가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기스 난 부분을 도장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범퍼를 교환한다고 하네요. 그렇게 수리를 하게 되면 그 기간 동안 렌터카를 사용해야 하고, 그 비용 또한 청구를 해서 비용이 수백만원 나온다고 합니다. 또한 도장을 하더라도 그 차 색이 진주색인데 그 색이 제일 비싸다고 합니다. 최소 35만원 이상이 든다고 하네요. 헐 ~ 그래서 웬만하면 도장 비용 선에서 현금으로 합의하는 것이 좋겠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제게 물어오네요. 제가 그 분들과 통화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보험회사 직원 말이 그 분들이 저랑은 통화하지 않겠다고 한다네요. 할 수 없이 최대한 금액을 합의해서 알려달라고 했더니 "30만원"에 합의했다고 알려왔습니다.








지금 많이 후회가 되네요.

사고 났을 당시 제가 좀 더 강경하게 그 자리에서 확인하고 끝내자고 못한 것이 첫째구요,
둘째는 제 차에 DSLR을 싣고 있었는데 그거 꺼내기 싫어 폰카로 상대차량을 찍어둔 것이죠.
폰카는 해상도가 낮아 그런 실기스는 확인이 안되거든요.

DSLR로 찍어뒀으면 확실하게 정말 제가 흠집을 낸 것인지 제대로 확인할 수 있고, 또 증거로 제시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당시 부딪힌 부분이 제 번호판과 그 차 번호판이 부딪힌 것이었고, 제가 가까이서 그 부분을 확실하게 살펴보았거든요.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이죠.









에구 정말 씁쓸합니다. 인명 피해없이 그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하긴 하지만 영 뒷맛이 개운하지 않네요.




즐거운 주말, 안전 운행하시고,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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