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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에도 된장녀 등장, 우리 아기 명품으로 키우고 싶어.. 본문

박기자 취재수첩

유모차에도 된장녀 등장, 우리 아기 명품으로 키우고 싶어..

레몬박기자 2009. 5. 20. 10:41


명품 유모차? 우리 아기를 위한 유모차 어떤 것이 좋을까?

 오늘 헤럴드 경제 신문에 외제 유모차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읽었다. 유모차를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더니 판매직원이 대뜸 차종부터 물어오더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유모차 한 대 값이 169만원이나 한다는 유모차계의 벤츠라는 제품은 수입된 물량이 판매 매진되어 예약해서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 그리고 요즘 신세대 엄마들은 된장녀라는 말을 듣더라도 내 아이를 위해 고급 명품 유모차를 선호한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그런 된장녀 엄마들을 누가 손가락질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덧붙여 이런 소비 형태를 부채질하였다.  


이 기사를 읽고 나는 유모차도 이렇게 많은 외제들이 수입 판매되고 있고, 그 중에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다는 것과 가격이 백만원을 훌쩍 넘는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정말 그런가 하여 인터넷 상품비교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이런 외제 유모차만 따로 분류하여 판매하는 곳도 있는 것을 보니 기사가 어느정도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가격대를 살펴보니 백화점에서 판매가라며 제시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폭 넓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즉 외제라도 몇 만원대 하는 싼 제품에서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었다. 제품 분류를 보니 ‘디럭스형, 일반형, 휴대형, 삼륜형, 쌍둥이형“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휴대형이 가격면에서 저렴하였으며, 국산이라도 브랜드 선호도가 있는 제품은 5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물론 10만원 이하의 제품도 많이 있었다.


나는 꼭 한 가지만은 자랑하고 다닌다. “저는 애가 넷입니다.” 큰 딸이 중3이고, 그 아래로 두 살 터울로 있으니, 막내가 초등학교 3학년이다. 아들이 막내일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셋째가 아들이고, 막내는 딸이다. 결혼 후 10년 동안은 우리 집엔 항상 유모차를 타야하는 아기가 있었고, 나는 그 애기들의 웃음과 울음소리를 들으며 살아왔다. 오늘 이 기사를 읽으니 자연 우리 아이들 타는 유모차도 10년동안 많은 변천을 겪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었고, 오늘은 그 변천사를 써보고자 한다.


1. 처음에는 디럭스형을 선호했다.

첫 아기가 태어났을 때 우리 부부는 먼저 안전성을 중시했다. 그래서 유모차도 무게가 있고, 안정감이 있는 디럭스형을 구입했다. 가격은 17년전이라서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아마 5만원에서 10만원 사이였던 것 같다. 그래도 당시에는 이 정도면 상당히 괜찮은 제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히 아기가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시트도 편안한 것으로 구입했다. 하지만 디럭스형은 곧 여러 가지 문제에 부닥치게 되었다. 안정성과 승차감은 좋은데, 너무 무거워 쉽게 밖으로 아기를 데리고 나가기가 어려웠고, 날씨가 조금 더워지자 유모차에 있는 것을 아기가 갑갑하게 느끼며, 땀띠 같은 것이 생겨났던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도로 여건 상 턱이 있으면 무게로 인해 이것을 지나기가 수월치 않았기에 좀 더 가벼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모차_온천천

한가로이 유모차를 끌고 온천천을 거니는 부부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2. 두번째는 일반형으로

그래서 둘째에게는 디럭스보다는 조금 작은 일반형으로 바꾸었다. 큰 애는 세살이 되니 유모차를 잘 타려고 하지 않았다. 유모차 보다는 엄마나 아빠 등을 더 선호했고, 걸어다니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동안 일반형으로 잘 다녔다. 그런데, 아내가 유모차를 점점 불편하게 느끼기 시작하였다. 특히 버스나 택시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아내에게 눈에 띈 것이 바로 휴대용이었다. 이것을 본 아내는 바로 다음날 애기용품 전문점으로 나를 끌고 갔고, 마침내 휴대용 유모차를 사고 말았다. 일반형은 혹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어 집 한 켠에 고이 모셔두었는데, 이것은 막내가 태어났을 때 잠시 사용하였을 뿐 더이상 필요가 없었다.

 

3. 역시 유모차는 편리성이 최고야

그래서 우리 셋째 아들은 휴대용 유모차에서 자랐다. 아내가 엄청 좋아했다. 나는 좀 위태하게 보여 웬만하면 일반형으로 사용하자고 했다가 당신이 끌고 다니라는 말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아내가 하는 대로 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위태해 보이는 휴대용 유모차에서 우리 아들 그리고 막내도 아주 건강하게 잘 자랐다. 오늘 유모차 기사를 보며, 그런 명품 유모차가 아니라도 아주 잘 자라 준 우리 네 아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애들아 고마워~”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된장엄마'라는 소리를 들어가면서까지 자신의 아이를 위해 최고의 용품을 사고 싶은 그녀들의 욕구를 과연 손가락질 할 수 있을까. 어디 가서 내 아이가 기죽지 않았으면 좋겠고, 자신도 기죽지 않기를 바라는 그녀들의 바람이 과연 소비사회의 일그러진 측면으로만 치부되어야 할까. "엄마들의 허영심"이라며 쉽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 요량이라면, 그 전에 유모차 매장에 한 번 가보는 건 어떨까.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직접 고른다고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라며 기사의 끝을 맺었다.  

나는 댓글에다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합니다.” 라고 적었다. 최고의 용품이 아이를 잘 자라게 하지 않는다. 엄마의 마음과 삶의 태도가 명품일 때 아이가 명품 아이로 자라는 것이다. 남에게 기죽기 싫어서 그런 제품을 구매해야 하고, 이런 명품 유모차를 끌고 다녀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엄마의 마음은 명품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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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제가 좀 오해의 소지가 있게 글을 썼군요. 마지막에 손가락질 받아야 마땅합니다란 뜻은 고가의 외제유모차를 사는 모든 분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단지 명품만을 선호하거나 또한 그런 것으로 자기비하 또는 우월의식을 갖는 마음이 문제이며, 이런 것을 부추기는 기자의 태도가 문제라는 뜻으로 쓴 것입니다. 혹 마음 상하셨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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