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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의 그림자, 자살과 미의식의 교차점 본문

사진칼럼

일본 문학의 그림자, 자살과 미의식의 교차점

레몬박기자 2025. 4. 1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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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죽음을 다시 생각하며

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가 4월 16일, 가스 중독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의 죽음은 오랫동안 자살로 추정되어 왔습니다.

일본 문학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인물이자,

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아름다운 일본의 나", 그리고 일본문화의 미학

가와바타는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시상식 강연에서 일본 정부가 수여한 훈장을 달고, 전통 복장을 입은 채

"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일본 문화의 미적 감수성을 찬미하며,

섬세한 아름다움과 고요한 정서를 강조했습니다.

 

그의 수상 이후, 1994년 오에 겐자부로가,

2017년에는 영국 국적의 가즈오 이시구로가 뒤를 이어 노벨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이 세 사람은 각각 다른 시대와 문체를 대표하면서도, 일본 문학의 전통과 현대적 문제의식을 공유합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일본 작가들

가와바타의 죽음을 언급할 때, 자주 회자되는 것이 일본 문단의 자살 문화입니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927), 마키노 신이치(1939), 다자이 오사무(1948), 미시마 유키오(1970), 난조 아야(1999), 사기사와 메구무(2004) 등 유수한 작가들이 스스로 삶을 정리했습니다.

 

박경리는 이러한 일본 문학의 흐름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보였습니다.

그녀는 “가냘픈 센티멘탈리즘, 로맨티시즘에 불과하며,

그걸 넘어서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자살 밖에 답을 찾지 못한다.

센티멘탈리즘의 선이 너무 가냘퍼서 출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단지 문학의 문제를 넘어, 일본 문화 속에 자리 잡은 ‘야만과 칼의 역사’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바둑과의 인연, 그리고 세고에 겐사쿠의 죽음

가와바타는 바둑을 소재로 한 소설을 집필하거나, 대국의 관전기를 쓰는 등 바둑계와도 깊은 인연이 있었습니다.

그는 특히 스승으로 명성이 높았던 세고에 겐사쿠(瀬越憲作)와 절친한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세고에는 1972년, 애제자 조훈현이 병역 문제로 한국으로 돌아간 뒤 4개월 만에 자살하고 맙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가와바타의 삶과 죽음에 더욱 복잡한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자살인가, 사고인가

가와바타의 죽음은 오랜 시간 자살로 여겨졌습니다.

노벨상 수상 이후 더 뛰어난 작품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

그리고 아끼던 제자 미시마 유키오의 충격적인 할복 자살이 그에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가와바타는 유서를 남기지 않았으며,

그의 주변 사람들조차 뚜렷한 정황을 알지 못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난방기구 사용 중의 사고나 수면제 과다 복용이 원인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그의 죽음에 대해 명확히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남겨진 문학과 질문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일본 문학이 지닌 아름다움과 고통을 동시에 보여준 작가입니다.

그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가 남긴 작품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의 문학은 생의 덧없음과 섬세한 감정을 끊임없이 포착하려 했습니다.

우리는 그를 통해 일본 문학의 빛과 그림자,

그 경계에 선 인간의 이야기를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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