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이네로 말하라
- 행복한 맘스
- 뭘더의 로이터 닷컴
- 혜천의 바람흔적
- 피오나의 아름다운 이야기 모음.
- 세미예의 지키자 환경
- 소곤소곤비밀노트
- 탐진강의 함께 사는 세상 이야기
- 빨간來福의 통기타 바이러스
- 구름지기의 사진블로그
- 귀여운걸의 리뷰스토리
- 두자매 이야기
- 리우군의 today
-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 애버그린 스토리
- 루비의 정원
- 찰칵찰칵 사각사각... 커피 향
- 용포토스닷컴 : YongPhotoS.com
- 류희의 샌드아트
- yitzhak의 블로그
- ITstory
- 꼬마악당의 사진 속으로
- 내카메라로 닷컴
- 사진하나 추억둘
- 꿈꾸는 여행자
- 비츠로의 사진미학
- 골목 안 작은사진관
- 솜다리's gallery
- 마루토스/선배집
- 새로운 시작
- 생.활.사.진.가
- 내 앵글속에 그린 그림
- 골목 안 작은사진관
목록사진칼럼 (48)
공감과 파장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던 어느 봄날 오후,마당 한켠에 메리골드가 활짝 핀 채로 봄볕을 맞으며 즐거운 몸짓으로 한들거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찾아온 다정한 방문객 호랑나비 한 마리 바람에 살랑거리는 꽃잎 사이를 유영하듯이 떠다니던 그 나비는마치 자신이 이 꽃밭의 주인인 듯 여유롭게 움직인다. 노란빛이 감도는 메리골드와 어우러진 날개의 선율은마치 자연이 그려낸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잠시 머물던 그 나비는 한 송이, 한 송이 꽃 위를 다정히 들러보며 꿀을 찾았다.날개를 접고 꽃잎에 내려앉는 순간, 시간은 멈춘 듯 느리게 흘렀고,그 평온함 속에서 작은 감동을 느낀다. 메리골드는 본래 해를 닮은 꽃이라 불릴 만큼 생기 넘치는 존재인데,그 곁을 스친 나비 하나가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사실이 참 ..

노벨문학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죽음을 다시 생각하며일본의 소설가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1899~1972)가 4월 16일, 가스 중독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그의 죽음은 오랫동안 자살로 추정되어 왔습니다.일본 문학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인물이자,일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였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아름다운 일본의 나", 그리고 일본문화의 미학가와바타는 196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그는 시상식 강연에서 일본 정부가 수여한 훈장을 달고, 전통 복장을 입은 채"아름다운 일본의 나"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습니다.이 자리에서 그는 일본 문화의 미적 감수성을 찬미하며,섬세한 아름다움과 고요한 정서를 강조했습니다. 그의 수상 이후, 1994년 오에 겐..

가장 매서운 바람이 불고, 생명이 움츠러드는 겨울.그 차디찬 계절을 뚫고, 동백은 홀로 불을 밝힙니다.잎새 하나 떨구지 않고 붉디붉은 꽃잎을 활짝 열며,마치 생의 끝자락에서 마지막 사랑을 고백하듯 피어납니다. 동백은 겨울의 시련을 피하지 않습니다.차가운 바람 속에 서 있고, 눈발을 맞으며 꿋꿋이 서 있습니다.그러면서도 고개를 숙이거나 떨지 않고오히려 온몸으로 계절을 껴안습니다.그 붉음은 격렬한 저항이 아니라묵묵한 인내의 언어입니다. 찬란하게 피어나되, 조용히 지고,화려하게 드러나되, 거룩하게 사라지는.남보다 먼저 피려고 조급해하지 않고,남보다 오래 남으려 아등바등하지 않는.그저 제 철을 알고, 제 자리를 알고,끝내 고요한 존엄으로 생을 마무리하는 동백처럼.동백은 우리에게 겨울이 끝나지 않아도기다림의..

복사꽃이 조용히 가지마다 내려앉았습니다.아침 햇살을 머금은 꽃잎은투명한 설렘처럼 반짝이고,그 고운 분홍빛은마음 깊은 곳까지 따스하게 물들입니다. 바람도 잠시 멈춰 서서 바라보는 이 순간,내 영혼은 조용히 숨을 고르고,그저 피어 있는 것만으로도충분한 아름다움에 감사하게 됩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산새들의 노랫소리와 함께,꽃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이보드랍게 내 볼을 어루만집니다. 진하지도 않고 연하지도 않은 분홍의 빛깔은자연이 선물하는 가장 정직한 위로처럼 다가옵니다.그 빛이 마음속 오래된 겨울을 녹이고,삶의 굳은 자리를 다정하게 어루만집니다. 매일 지나던 익숙한 길 위에오늘은 복사꽃이 말을 겁니다.‘괜찮아, 네 안에도 다시 피어날 봄이 있어.’그 조용한 위로에 마음이 뜨거워지고,작은 꽃 한 송이..

어느새 봄이 깊어가고, 마당 한켠 백묘국이 노란 꽃을 피웠다.늘 그 자리에 조용히, 그러나 잊지 않고 찾아오는 이 작은 꽃이 올해도 변함없이 피어났다.꽃잎은 작고 수수하지만, 그 색은 얼마나 또렷하고 따뜻한지.햇살 한 줌을 모아 놓은 듯한 그 노란빛은 눈길을 끌기보다는, 마음을 붙잡는다. 백묘국은 화려하지 않다.장미처럼 향기가 진하지도 않고, 튤립처럼 우아하게 고개를 치켜들지도 않는다.그러나 그 수수한 모습이 오히려 정겹고 편안하다.누군가 말없이 나를 기다려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꽃의 이름은 ‘백묘국(白妙菊)’.이름만 들어도 맑고 청아한 이미지가 떠오른다.백묘국은 국화과 식물이지만, 일반적인 국화와는 달리 잎에은빛 솜털이 덮여 있어 마치 은빛 레이스를 두른 것처럼 섬세하고 고운 잎사귀를 지녔..

밭머리를 지나가던 어느 오후, 발길을 멈추게 하는 풍경이 있었습니다.바람에 살랑이는 연보라빛 감자꽃. 소박하고 수줍은 그 자태가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습니다.한 송이 한 송이 피어난 모습은 마치 조용한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감자꽃은 참 조용한 꽃입니다.화려하지도, 눈에 띄지도 않지요. 대부분 사람들은 감자꽃이 피는지도 모르고 지나칩니다.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꽃은 놀라울 만큼 섬세하고 아름답습니다.부드러운 연보라빛 꽃잎 사이로 노랗게 얼굴을 내민 수술은 꼭 누군가의 미소처럼 따뜻합니다. 감자꽃은 ‘숨은 정성’을 닮았습니다.땅 속 깊이에서 묵묵히 자라나는 감자처럼, 이 꽃도 시끄럽지 않게, 그러나 꿋꿋하게 피어 있습니다.겉으로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 뿌리엔 삶을 지탱할 힘이 자라고 있습..

경북 산내로 향하는 산길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진다.굽이진 길 옆으로 푸른 언덕이 보이고, 그곳에서 유유자적 풀을 뜯는 흑염소들이 눈에 띄었다. 흑염소들은 무리를 지어 느긋하게 풀을 뜯고 있었어.검은 털이 반짝이는 녀석들이 고개를 들었다 숙였다 하며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 있었지.어떤 녀석은 높은 바위 위에 올라가 주변을 살피고, 어떤 녀석은 한곳에 멈춰 졸고 있는 듯했다.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도 않았고, 그저 자기들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어. 산내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된 곳이라 이런 풍경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특히 이 지역은 흑염소 농장도 많아서 길을 가다 보면마을 어귀나 언덕에서 염소들이 한가롭게 노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공기도 ..

거제도는 언제 찾아도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곳이다.거친 파도와 부드러운 바람이 공존하는 이곳에는, 여행자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특별한 공간이 많다.그중에서도 지세포 방파제는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낚시를 즐기고,바다의 잔잔한 속삭임을 들으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지세포 방파제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의 모습이었다.물살이 잔잔한 날이면 이곳에는 낚시꾼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경험이 많은 강태공부터 처음 낚시에 도전하는 여행자까지, 각자의 방식대로 바다와 교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조용하던 방파제에 갑자기 탄성이 터졌다. "왔다! 뱅에돔이다!" 한 낚시꾼이 힘껏 낚싯대를 당기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흥분이 가득했다.주변에 있던 다른 낚시..

DSLR의 발견,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 그리고 데세랄(DSLR)이라는 괴물을 발견햇다. 내가 예전에 사용하던 전문가용 카메라가 디카로도 출시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반사식으로 렌즈를 교환하여 사용하는 디카가 있었던 것이다. 갖고 있던 c8080을 잽싸게 장터에 내다팔고 아내 몰려 비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남포동 카메라 골목이 생각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갔더니 여전히 많은 카메라 가게들이 있었고, 중고 물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마음 좋은 사장님이 잘 팔리지 않아 고민하던 물건을 아주 싸게 내게 내놓았다. 바로 니콘 D70이었다. 17-70 번들렌즈가 달려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수품이 아니라 정품이었다. 셔터감이 죽여줬다. 정말 이런 카메라가 있는 줄 몰랐다. 얼마나 튼튼한지..

매년 봄이면 봄의 전령으로 다가온 매화 매화가 피는 것을 시작으로 봄이 본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사방팔방으로 매화축제가 열린다. 양산 원동에도 매년 순매원에서 매화축제가 열린다. 매화로 가득한 순매원의 풍경도 아름답지만 그보다 사진사들이 꼭 담고 싶어하는 풍경이 있다. 바로 순매원 옆 철도를 열차가 달리는 풍경이다. 좌측에는 매화가 가득한 순매원이 꽃길을 만들고 반대편에는 낙동강이 자태를 뽐내며 유유히 흐른다. 그리고 그 가운데를 열차가 지나가는 풍경.. 순매원에 도착하기 전에 무궁화호 한대가 지나간다. 이곳이 순매원 .. 매화가 슬슬 지기 시작할 때 찾았더니 조금 아쉬운 풍경 상행선 무궁화호가 이 사이를 지나간다. 그리고 좀 기다리니 KTX가 손살 같이 지나간다. 좀 더 기다리니 화물차 한대가 다가..

너는 커서 뭐가 될래? 어린시절 많이 듣던 질문이다. 매학년이 될 때마다 생활기록부에 장래희망과 취미를 적기 위해 열정적으로 고민했었다. '나는 커서 뭐가 되지? 취미는 뭐를 적으면 선생님이 좋아할까?' 고민의 결과는 장래희망은 선생님, 취미는 독서, 음악감상이었다. (그때는 거의 모든 학생의 취미가 같았다. 다른 놀이거리가 없었던 탓도 있다) 세월이 흘러 나는 컸고, '무엇'이 되어 있다. 독서와 음악감상은 여전히 내 취미의 한부분으로 남아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살면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변변한 무엇이 되지 못해 이것저것 많은 일들을 거쳐왔다. 지금도 투잡, 쓰리잡 으로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하지만 돈과는 거리가 먼, 어쩌면 쓰잘데기없는 일들에 매여있는 생각이 종종든다. 그런데 이제 와 생각해보니 '무엇..

겨울이 되면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단연 대게다. 박달대게도 맛있지만 그보다 작은 영덕대게가 내 입맛엔 딱이다. 매년 한 두 번정도 두눈 딱감고 영덕대게 한 상자를 지른다. 매년 나는 영덕 위 축산면에 있는 태흥수산이라는 곳에서 주문한다. 나의 단골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또 태흥 사장님이 직접 나가서 대게를 잡아와 아주 싱싱한 것으로 보내준다. 영덕대게 10만원어치를 주문했더니 10마리 정도 상자에 담겨왔다. 크기와 살이 잘 찬 놈들은 잘 쪄서 가족들과 함께 먹었고 좀 작은 것으로 서너마리는 라면을 끓였다. ㅎㅎ 아이들이 대게 라면 끓는 것을 보더니 환호를 지른다. 이녀석들도 이 맛이 어떤지를 잘 아는 것이지.. 다 익었다. 건져 먹어야지. 아이들이 지들 라면그릇을 들고 줄선다. ㅎㅎ 이 맛에 대게라면 ..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힘찬 하루를 기대합니다. 점심 때 '00추어탕'이라는 식당에 갔습니다. 직장에서 조금 떨어져 있지만 반찬도 많고 추어탕 맛도 좋아서 종종 찾습니다. 오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고등어조림과 호박무침, 멸치볶음, 고구마줄기무침, 부추김치, 총각김치, 오이김치, 상추쌈 등 모두 입맛에 맞는 음식들입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모두가 만족스럽다는 표정입니다. 이00 계장님은 아예 반찬을 가리키며 '웰빙식품'이라고 합니다. 저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그렇군요.” 고등어조림을 먹는데 양념이 잘 배어들어간 무가 특히 맛있습니다. 총각김치는 약간 맛이 덜 들긴 했지만 모두들 잘 먹습니다. 고구마줄기무침에는 멸치젓갈과 제피가루가 들어갔는데 맛이 아주 독특합니다. 호박무..

오늘은 목요일입니다. 힘찬 하루를 기대합니다. 아내가 저를 직장까지 태워다 줍니다. 아내는 운전 중에 하품을 합니다. 지난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모양입니다. 저는 아내의 어깨를 툭 칩니다. 아내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미안해합니다. “어젯밤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잠을 설쳤네.” “졸릴 때는 말하는 게 최고야.” “그럴까요.” 아내가 지인에게 카톡으로 받았다는 세대별로 을 들려줍니다. 10대 돈 많은 아버지 뒀으면 성공한 인생 20대 명문대학 다니는 학생이면 성공한 인생 30대 연봉 많은 대기업 회사원이면 성공한 인생 40대 술자리에서 2차를 쏠 수 있으면 성공한 인생 50대 공부 잘하는 자녀가 있으면 성공한 인생 60대 아직도 직장에서 돈 벌면 성공한 인생 70대 병 없이 몸만 건강하면 성공한 인생..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즐거운 주말을 지내시기를 기대합니다. 아내가 점심으로 칼국수를 준비합니다. 저는 웬 칼국수냐고 묻습니다. 제가 원했던 것은 따끈따끈한 칼국수가 아닌 멸치국물에 말아먹는 국수였기 때문입니다. 아내가 "메뉴선택은 제가 해요"라며 제 말을 단박에 자릅니다. 요즘 들어 더욱 당당해진 아내입니다. 저는 아내의 기세에 눌려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이런 위안을 해봅니다. 내가 지금 반실업상태인데 세끼 거르지 않고 챙겨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라고 말입니다. 칼국수는 국수보다는 못했지만 먹을 만합니다. 특히 시원한 국물이 좋습니다. 그런데 아내의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었습니다. 술을 먹었나?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내는 오전 내내 줄곧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8시50분입니다. 백신접종을 맞으러 근처 병원에 갑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약간 긴장합니다. 지금은 많이 진정되었지만 한때는 백신의 위험성이 과대포장 되어 상당수 사람들이 백신접종을 기피했기 때문이지요. 그거 맞으면 큰일 난다, 접종 후 1년 내 신체장애와 치사율이 20% 이른다는 등 근거 없는 음모론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습니다. 흉흉한 소문을 일컬어 '괴담'이라고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이런 괴담이 나돌았던 적이 있습니다. 밤에 낯선 사내가 여학생들 뒤에서 '뻐꾹 뻐꾹'소리를 냅니다. 이 소리를 듣고 뒤돌아보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도 얼마나 소문이 무서웠던지 해만 떨어지면 집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다니던 직장에서도 괴담이..

오늘은 토요일입니다. 가족과 즐거운 주말을 지내시기를 기대합니다. 아침 식탁이 채식 일색입니다. 육류라고는 김치찌개에 들어 있는 돼지고기 몇 점이 전부입니다. 현미밥에 시금치무침, 우렁뿌리조림, 브로콜리, 딸기, 사과, 바나나 등이 식탁에 가지런히 놓여있습니다. 간장이나 참기름 담을 때 사용하는 작은 종지에는 알약이 몇 개 들어 있는데 아내에게 물어보니 비타민C, 프로폴리스, 비타민 무기질이라고 합니다. 육류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식단에 불만이 많습니다. 몇 점 들어 있지 않은 돼지고기를 찾기 위해 찌개를 자꾸만 뒤적거립니다. 저는 현미밥을 가리키며 몇 가지에 주의하라고 합니다. 현미는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최소한 50번 이상은 씹어야한다. 현미에다 현미찹쌀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는데 찹쌀은 더욱 소화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열무에다 밥을 비벼먹자고 합니다. 열무가 싱싱한 것 같아 한단에 3000원을 주고 사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김치를 담가볼까도 생각했는데 양이 적어 비벼먹기로 했다면서 강된장을 끓이기 시작합니다. 커다란 양푼에는 열무가 가득 들어 있습니다. 저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먹을 거냐고 하자 아내가 웃으면서 숨이 죽으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정말 아내의 말대로 열무에 펄펄 끓는 강된장을 부으니 양이 몇 배로 줄어듭니다. 열무비빔밥을 만드는 것은 제 몫입니다. 따끈따끈한 보리밥을 열무 위에 집어넣고는 고추장을 두세 숟갈 섞어 비비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열무로 밥을 비빌 때는 주의해야할 게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반드시 젓가락을 사용해서 비벼야 한다는 것인데 숟가락으로 비비게 되..

오늘은 화요일입니다. 행운이 가득한 하루를 기대합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스트레스가 쌓일 때 어떻게 해소합니까? 아내는 어제 지인의 농장에 다녀왔습니다. 갈 때는 빈손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농작물을 듬뿍 가져왔습니다. 오이, 가지, 깻잎, 고추, 살구, 자두… 가짓수도 많습니다. 아내는 아침 반찬으로 농장에서 따온 고추를 내놓습니다. 한입 베어 무니 보통 매운 게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입니다. 먹으면 먹을수록 자꾸만 당깁니다. 저는 그것이 어젯밤 일과 무관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젯밤에 목과 어깨 그리고 허리통증으로 고생을 했거든요. 결국 그게 스트레스로 이어졌고 나도 모르게 매운 고추를 먹게 된 것입니다. 저는 언젠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고추가 ..

이른 아침부터 밖이 소란스럽습니다. 일주일 한번 있는 쓰레기분리수거 하는 날이기 때문이지요. 아내도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봄이고 해서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버리려 하나 봅니다. 아내가 하던 일을 중단하고 내게 오더니 뭔가를 내밉니다. 책상에서 책을 보고 있던 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뭐냐고 묻습니다. 아내가 버려도 될지 다시 묻습니다. 그제야 아내가 내민 것을 봅니다. 제가 직장에 다닐 때 왼쪽 가슴에 달고 다니던 플라스틱 명찰입니다. 반은 파랑색이고 반은 흰색입니다. 파랑색 바탕 위에 직장 이름이 적혀 있고 흰색 바탕에는 제 이름 석자가 적혀 있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느 철학자가 인생을 3등분했는데 준비기, 활동기, 안식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준비기는 태어나서 스물아홉 살까지이고, 활동기는 서른..

우리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었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일의 근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힌다는 것이지요. 사실 살아오면서 우리는 이런 일들을 많이 겪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나 궤변을 일삼는 사람이나 집단이 주위에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검찰의 행태도 그 중 하나입니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한 동영상도 실재하고요. 육안으로도 식별이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동영상 속의 인물이 김학의인지 식별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미적거렸습니다. 그러다 공시시효가 끝나고 지금은 더 이상 처벌을 할 수 없게끔 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김학의 출금사건을 놓고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관련된 사람을 집요하게 수사했습니다. 심지어 차기 ..

회칼 쓰는 남자 이야기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법정스님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분이 한 말 때문입니다. 운수(雲水)처럼 살라. 구름처럼 물처럼 자유롭게 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살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의 소재는 회칼 쓰는 사나이입니다. 무섭지요. 궁금하신 분은 뒤에서부터 읽으셔도 됩니다. 낮잠을 너무 많이 잤나봅니다. 일어나니 오후 5시30분입니다. 2시간 가까이 잤습니다. 방문을 열고 나오자 거실에서 빨래를 개고 있던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무슨 낮잠을 그리 오래 자세요.” “그러네.” 저는 갈증을 느껴 물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점심 때 쫄면을 먹었는데 양념이 짰던 모양입니다. 쫄면은 매운 게 당연합니다. 그 맛으로 먹기도 하고요. 그런데 고추장을 너무 많이 넣었나봅니다. 콩나물, 오이, 양파, 당근..

오늘 큰애가 9급 시험을 치릅니다. 조금 있으면 집을 나서는데 아내의 표정이 꽤나 굳어 있습니다. 저는 아내에게 수험생도 아니면서 뭘 그리 걱정하고 있느냐며 긴장을 풀라고 합니다. 큰애는 밥을 먹으면서도 메모장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중간 중간에 이런 말도 합니다. “아빠, 어제 영어를 풀어봤는데 95점 나왔어요.” “잘했다. 시험 칠 때는 자신감이 최고란다.” 아내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공부를 많이 했으니 문제도 잘 풀릴 거야.” 큰애는 지방대를 다니다 지금 휴학 중입니다. 문과라서 취직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그걸 미리 알고 2년 전부터 공무원시험에 매달려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공무원시험 공부를 한다는 게 쉽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서 1년 전부터는 아예 휴학을 하고 공부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대 후반입니다. 군대에 있을 때나 한겨레신문을 구독하기 전까지는 이른바 정치 무관심층이었습니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때는 지지율이 앞서는 후보를 찍곤 했습니다. 제가 대학에 다닌 80년대는 학생운동이 정점을 이루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시절이었는데도 이념을 떠나 대세에 순응하는 투표를 했으니 학생운동이 퇴보한 지금의 20대들이 보수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별반 이상하지 않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창간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진보신문은 전무했습니다. 지금의 한겨레신문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철저하게 진보진영을 대변했습니다. 저는 한겨레신문을 구독했고 신주단지 모시듯 소중하게 다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그분의 사저에 시민들이 몰려들었는데 그 중에서 누군..

월요일 아침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입니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황사도 보이지 않습니다. 베란다에 화분이 열 개도 넘습니다. 아내가 꽃을 좀 좋아해야지요. 각양각색의 꽃들이 자신을 보아달라고 저를 향해 고개를 내밉니다. 아니 고운 꽃이 없습니다. 심지어 아내가 너무 비싸서 사먹기가 힘들다며 사각형의 플라스틱 상자에 심어놓은 대파마저 아름답습니다. 어른과 아이들이 부지런히 직장과 학교를 향해 걸어갑니다. 갈 곳이 있다는 게 참 행복합니다. 정년퇴직을 하고 나니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현직에 있을 때만 해도 월요병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일요일 저녁때쯤 되면 내일 어떻게 출근하나 하는 걱정에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 신입이었을 때가 그런 현상이 심했는데 그때마다 저를 위로해준 사람..

오늘은 수요일입니다. 어린이날이기도 하고요. 저는 애가 둘입니다. 지금은 애들이 다 커서 어린이날 의미가 없지만 애들이 어렸을 때는 1년 중 가장 바쁜 날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30대 후반에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를 마흔 전후에 낳았지요. 큰애가 태어나고 1년 후에 외환위기가 터졌습니다. 작은애는 외환위기 1년 후에 태어났고요. 저는 당시 40대였는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외환위기로 많은 동료들이 구조조정을 당했지만 저는 운 좋게 살아남았습니다. 그러나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극심했습니다. 그분들이 하던 일을 살아남은 자들이 해야 했고 이전보다 일이 서너 배나 늘었으니까요. 일에 지치다보니 가정에도 소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요일에도 애들하고 놀아주는 것은 고사하고 회사에 나가거나 아니면..
제주 인덕면에 방주교회가 있다. 방주교회의 건물은 세계적인 건축가인 재일교포 이타미 준(伊丹潤,한국이름 유동용)의 작품으로 건물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교회이기도 하다. 기자도 소문을 듣고 이번 제주 방문 때 방주교회를 방문했다. 정말 소문처럼 아름다운 교회였다. 방주라는 아이템을 잘 살린 구조로 정말 바다 한 가운데서 예배하는 느낌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배실에서 창을 통해 밖을 보면 교회를 둘러싼 수면에 반짝이는 햇살을 보며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 줄 것 같다. 그리고 노을이 지는 저녁이면 어떨까? 하지만 그런 모습은 그저 기자의 상상에서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방주교회는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이 들어가..
2018부산국제모터쇼에 출연한 아름다운 레이싱모델들 2018 부산국제모터쇼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미투운동의 여파가 모터쇼에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고, 이 때문에 레이싱모델들이 이전 모터쇼보다는 많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막상 가보니 그렇네요. 사진 찍는 사람으로서 좀 씁쓸했습니다. 그래서 프로정신을 발휘하며 자동차를 홍보하기 위해 열심을 다하는 모델들이 있어 위안을 삼았습니다. 이번 2018부산국제모터쇼에 출연한 레이싱모델들 어떤 분들이 있을까요? 제가 담은 사진을 소개합니다. 이번 2018부산국제모터쇼의 레이싱 모델들의 특징이 있다면 야하지 않고 단아합니다. 그리고 자동차와 잘 맞는 컨셉으로 의상을 꾸몄더군요. 섹시미로 그저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이런 컨셉이 훨씬 좋아보입니다...
맨유로 이적한 이브라히모비치와 맨유의 역사 대한 ‘존중’ 그리고 위안부 할머니 파리생제르망에서 뛰고 있던 세계적인 축구스타 이브라히모비치가 1일(2016.7) 오전 맨유의 캐링턴훈련장에 도착해 입단에 필요한 메디컬테스트를 받고,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공식 발표에 필요한 각종 촬영과 인터뷰까지 끝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현지 시간으로 오후 6시가 되어야 공개됐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최대한 빨리 자신의 맨유 공식 입단을 밝히고 싶었고, 또 그럴 수 있었지만 맨유와 합의에 의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유는 그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추모 행사 때문이다. 이브라히모비치의 맨유 입단이 확정된 7월 1일은 제 1차 세계대전 ‘솜 전투’의 100주년이었다. ‘솜 전투’는 1916년 7월 1일부터 시작된 전투로 프랑스..
의정부고 졸업사진, 기발한 졸업사진의 전통의 기원은? 의정부고 졸업사진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이라고 인터넷에 퍼진 사진을 우연히 처음 봤을 때, 고등학생들의 치기어린 장난이 좀 심하네,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졸업사진을 저렇게 해서 찍어놓으면 지금이야 재미있다고 하겠지만 나이 들어서 후회하지 않을까? 그래도 졸업사진은 내 얼굴이 점잖게 나와야지..그리고 이렇게 찍은 사진 나중에 000의 굴욕이라는 식의 자기 흑역사를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하였다. 그런데 이제 나도 나이 들어 꼰대가 되었나 보다. 아이들의 재치넘치는 창의적인 생각을 그저 치기어린 장난으로밖에 생각하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나같은 꼰대가 최근 그 학교 교감으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교복을 입고 졸업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