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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칼럼

DSLR의 발견,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2)

레몬박기자 2012. 2. 25. 06:48


DSLR의 발견,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


  

그리고 데세랄(DSLR)이라는 괴물을 발견햇다. 내가 예전에 사용하던 전문가용 카메라가 디카로도 출시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반사식으로 렌즈를 교환하여 사용하는 디카가 있었던 것이다. 갖고 있던 c8080을 잽싸게 장터에 내다팔고 아내 몰려 비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남포동 카메라 골목이 생각이 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갔더니 여전히 많은 카메라 가게들이 있었고, 중고 물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그리고 마음 좋은 사장님이 잘 팔리지 않아 고민하던 물건을 아주 싸게 내게 내놓았다. 바로 니콘 D70이었다. 17-70 번들렌즈가 달려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수품이 아니라 정품이었다. 셔터감이 죽여줬다. 정말 이런 카메라가 있는 줄 몰랐다. 얼마나 튼튼한지.. 나는 이 놈을 들고 다시 미친듯이 찍었다. 오~ 정말 작품이 만들어졌다. 예전 내가 배운 지식대로 사진이 나왔다. 광대왕님이 가르쳐준 기술들이 하나씩 먹혀들어가면서사진에 대한 자신감도 점점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랑도 하고 싶고, 인정도 받고 싶어 내 사진을 열심히 에셀 클럽에 올리니 어떤 날은 일면에 오르기도 하고, 수십개의 댓글이 달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친구들도 생겨났다.


 

(화질상으로는 최고의 만족감을 주었던 후지 3프로)



 그런데 모든 사진매니아들을 사로잡고 있던 강력한 잡신이 내게도 어김없이 강림하였다. 이름하여 그를 '지름신'이라고 한다. 조금 더 나은 사진에 대한 열망이 사진의 내공을 쌓고자 하는 노력보다는 기변에 대한 유혹과 장비에 대한 갈망으로 대체된다. 미친듯이 렌즈를 사모으기 시작하더니, 칠공이의 노이즈 압박에 시달리다 덕팔이를 질렀다. 새를 보면 망원을 지르고 싶고 예쁜 여자모델들을 보면 여친렌즈가 갈급해진다. 풍경을 보면 더 넓은 화각의 광각렌즈와 어안렌즈에 필이 꽂히고 애인 사진들을 보면 삼식이가 눈에 아른거린다. 그리고 흑통을 보다 백통을 갖고 싶고, 에셀 일면에 대한 열망은 이런 나의 허영심을 끝없이 부추기고 또 부추겨 가방 하나론 모자란다. 다행히 예전 수동렌즈를 다루던 감각이 있어, 이 모든 것을 수동렌즈로 해결했다. 사진을 잘찍는 욕심만 앞섰기에 전투용을 선호했고, 전 영역에 걸쳐 다양한 렌즈들이 내 가방에 모여졌다.


화질에 대한 욕심은 덕팔이에서 삼프로로 다시 이백이로 그러다 다시 삼프로로 또 이백이로 이어졌다. 오프로나 삼백이 그리고 칠백이 .. 에이 차팔고 D3 구입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이 올라오지만 이 욕망보다는 마눌님의 차가운 눈이 더 무서워 더 이상 기변을 못하고 미루고 있다가 문득 제정신이 들었다. 다 팔아버리자. 그리고 장터에 내다 놓으니 이틀만에 이 귀여운 새끼들이 내품을 무정하게 떠나버렸다. 근 삼백만원 가까운 현금이 내 손에 쥐어졌다. 이게 웬 떡인가? 내가 매달 적금을 부은들 이렇게 짫은 시간에 이만한 돈이 모여졌을까?아내 몰래 정말 벼룩의 간만한 내 용돈.. 얼마나 치열하게 모았으면 이만한 돈이 될까.. 카메라는 그렇게 무서운 집념을 갖게 했다.

 

 

 

 

 

 

 

(맨 밑에 있는 것이 아직 갖고 있는 85mm f1.8.. 아마 나를 거쳐간 렌즈들이 지금 보여드린 것의 3배는 족히 된 것 같다. 그런데 이중 가격이 50만원대를 넘어가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매뉴얼렌즈는 정말 내 사진 생활에 보배와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국산을 애용하자는 마음에 삼성G-10을 사용한다. 슈나이더 렌즈라는 매력이 크게 작용했다. 바디에 투번들 그리고 펜탁스용 50밀리, 135밀리 수동렌즈 다 해서 정말 저렴하게 장만했다. 그리고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니콘 85밀리를 혹시하해서 마운트 해보니 2/3가량 끼워진다. 내친김에 찍어보니 노출정보도 나오고 사진이 찍힌다. 제대로 찍힌다. 에고 이거 웬 횡재~ 삼성이 좋은 것은 더 이상 렌즈에 대한 지름신이 현실적으로 강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렌즈가 없기도 하려니와 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아예 구입을 포기해버렸다. 번들로만 찍는 작품도 좋다. 슈나이더 렌즈의 매력이 그 나름대로 있다. 만족한다. 


삼성으로 바꾼 후 나의 사진생활은 정말 겸손해졌다.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보다 내가 담은 사진을 함께 공감하고픈 욕심으로 사진을 담게 되었다. 솔직히 내 사진은 정말 밋밋하다. 평범하다. 그래서 대작이 없다. 하지만 일상 생활 속에서 내가 보는 세상을 정성껏 담아내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내 느낌은 나의 몫이고 그들이 느끼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잘찍었다고 찬사를 하던, 못찍었다고 비난을 하던 그건 별 문제다. 중요한 것은 내가 본 것을 그들도 보고, 내가 경험한 세상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진기를 들고 세상을 나선다. 차 트렁크엔 사진기가 언제나 놓여있다. 내가 어딜 다녀오면 사람들은 어딜갔다왔느냐고 묻는다. 내가 담은 사진을 보여주면 그들은 나와 대화를 하며, 세상을 함께 공유하며 즐긴다. 그래서 사진은 내가 사람들에게 말을 거는 수단이 되고, 함께 공감하는 체험이 되며 서로 공감하는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끈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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