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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칼럼

훗날 우리의 역사는 당신께 깊은 감사들 드릴 것입니다

레몬박기자 2009. 5. 24. 11:18

어제 차를 타고 가다 당신의 비보를 듣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그저 눈물만 흘러내리더군요. 당신을 그렇게 만든 이들을 향해 한 바탕 저주를 퍼붙고 싶은 마음 겨우 추스렸습니다. 누구보다 이 나라를 사랑하기에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는데 돌아오는 것은 배신과 멸시 그리고 온갖 음모.. 그렇게 당신을 내몰았습니다. 그런 속에서도 당신은 특유의 여유와 미소를 잃지않고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그랬기에 지금 이 시련도 잘 견디어내시리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마음으로만 응원한 나 자신이 원망스럽습니다.

저는 대학 때 당신을 멀리서 몇 번 뵈었습니다. 특유의 논리정연함으로 당시의 어려운 정세를 정확한 통찰력으로 간파하는 날카로움을 존경하였고, 청문회장에서는 제 가슴을 후련해게 해주었습니다. 명패만 집어던지지 말고 몇 대 쳐주었으면 싶은 아쉬움이 남긴 했습니다만..

 

당신은 이 땅에 참으로 많은 것을 남겼습니다.

1. 학력지상주의로 물들어가는 이 나라에 학벌이 아니라 자기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워주었습니다.

 

미국의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그를 두고 인간승리라고 하였는데, 이땅의 무지한 사람들은 어찌 당신을 두고 부끄럽다고 하였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네요. 저는 당신을 보며 용기를 얻었습니다.

2. 실패를 딛고 일어서되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정치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른 판단의 미학이기에 수많은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 철학, 신념과는 무관하게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걸 정치라고 천연덕스럽게 자신이 한 행위를 정당화하고, 그렇지 못하면 시류를모르는 사람이거나 미련한 사람이라고 비웃습니다. 당신은 도리어 그들에게 '바보'라고 불리기를 꺼려하지 않고 도리어 자랑스러워하더군요. 시종 중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당신을 존경합니다. 



3. 투명성과 정직성 그리고 도덕성이 미래 사회의 중요한 키워드임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당신이 조중동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며, 국민들에게서 조차 외면을 받고 지지율이 바닥을 칠 때 저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 교회 청년들에게 경제특강을 한 증권팀에게 의뢰를 했는데 그분들이 와서 하는 말이 지금 정세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우리 경제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이유는 새 정부 들어서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정치권의 비호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자립경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라고말하더군요. 저는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조금 더 멀리보며 우리 경제의 기반을 든든하게 하는 핵심 키워드가 바로 투명성과 정직성이라는 것을요. 사실 그 때까만 해도 이 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온갖 비리에 몸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 상식으로 통할 때이지 않았습니까? 지금도 우리 사회가 그리 정직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집권하기 이전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날 정도로 달라진 것을 경험하며 때로는 놀라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현 정권에서 어떻게 하든 당신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려했던 것이지요. 아마 그들은 노무현도 우리와 다를 것이 없다고 그렇게 간절하게 말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4.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에 대한 큰 틀을 보여주었습니다.


미래의 시대를 앞서가려면 최소한 세 가지를 해결해야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주국방과 해양대국 그리고 환경의 문제입니다. 현 정권과 수구적인 사람들은 이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지 그 밑그림조차 걷어치우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언젠가 봉하 마을에 가서 당신을 한 번 뵙고 싶었습니다. 일개 필부에 지나지 않는 젊은 목사이고, 이름도 없는 인터넷방송의 기자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되면 만나주실 것 같은 생각이 든 것이 무슨 이유일까요? 그만큼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 일것입니다. 5라고 타이틀을 달지 않았지만 당신이 우리에게 남겨주신 가장 큰 영향력은 바로 그런 진솔한 권위일 것입니다. 수구적인 사람들은 당신을 두고 말이 가볍다, 체통이 없다고 하였지만, 비굴한 정치적인 발언으로 자신의 태도를 구렁이 담넘듯 숨겨버리는 말보다는 명확한 당신의 말이 더욱 좋았습니다. 집권자의 의중이 분명하기에 그것을 대비하는 것도 분명하였고, 정책도 분명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말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자 했던 다른 정치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용기있는 태도였습니다. 

사람은 결코 완벽할 수 없습니다. 잘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때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하기도 합니다. 저는 혹 차 한잔 할 수 있다면 왜 그리 급히 한미 FTA를 서둘렀는지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장병들을 외면했는지, 갯벌을 막고 간척지를 만들어 거기에 골프장을 지으려했는지 이런 것들을 따져 묻고도 싶었습니다. 대화 중에 혹 과오가 발견했다면 "내가 몰라서 그랬다, 어쩔 수 없었다,  그건 실수한 것이다 " 등 속시원하게 정직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알고 보아왔던 노무현은 결코 어물쩍 자신이 한 일을 넘겨버리거나 무마시키는 분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언제나 명확하고 분명하게 밝혀왔던 분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총 70억원인가요? (하여간 대통령 비리에 얽힌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낮아진 것만 봐도 우리 사회가 참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낍니다.) 박연차 게이트에 당신의 이름이 계속 오르내릴 때 저는 내심 "나도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 입장에서 좀 더 잘 교육시키고 싶어 도움을 청했다"라고 폭탄선언하언하면 어떻게 하나 조금은 기대반 걱정 반이었습니다. 사실 집권 말기 이미 레임덕에 걸려있는 대통령에게 무슨 바랄 것이 있다고 뇌물을 주고, 그 덕을 보려고 하는 바보가 있겠습니까? 상식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죠.

현 정권이 자신들의 실정과 국민적인 비난의 화살을 돌리려고 당신을 흠집내기에 혈안이 되었다는 거 아마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 나라의 정치 백년대계를 위해 검찰이 정치적인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그 자율성과 자치권을 보장해주었는데, 그들은 다시 현 정권의 *개가 되린 것입니다. 이들을 보며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할 수만 있다면 검찰을 폭파시켜버리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겠습니까? 그런 *개를 위해 당신이 그토록 모진 일들을 꿋꿋하게 겪었다는 것이 더욱 화를 치밀게 합니다. 

 

오늘이나 내일 봉하마을로 당신을 찾아뵙고자 합니다. 우리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서요. 
그리고 당신의 영정을 보며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대통령이 계신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훗날 이 나라의 역사는 이 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릴 것이다."

 

 



(사진은 에셀클럽 일면에 올라있는 것을 퍼왔습니다. 사진을 찍어주신 옵티마이즈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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