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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탄희의원 제동 건 법원 개혁 후퇴 법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레몬박기자 2021. 8. 31. 19:51

판사의 임용 조건을 5년으로 줄이고, 1심 판사요건과 2심 판사 요건을 5년과 10년으로 쪼개서 판사승진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4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여야는 이날(2021.8.31) 열린 본회의에 상정된 법원조직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표결했다.

재석 22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재석 인원 과반(115명)의 동의를 얻지 못해 해당 법안은 부결됐다.

 

국회는 이날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 토론을, 홍정민 민주당 의원이 찬성 토론을 각각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의원

 

 

먼저 찬성하는 이유를 들어보자. 민주당 홍정민 의원은 

 

1)판사 임용기준이 2022년부터 법조경력 7년 이상, 2026년부터는 10년 이상으로 강화된다면

법관 부족으로 인한 재판 지연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이다.

판사 1인당 담당하는 사건이 많아지면서 재판이 지연되고,

지연된 재판을 해소하려다보니 5분 재판, 3분 재판이라 불리는 졸속재판마저 나타난다. 

 

2)로스쿨 3년과 법조 경력 10년을 요구하면 40대 초반이 돼야 법관에 임용될 수 있다.

그 결과 30대 법관은 찾아볼 수 없게 되며, 이는 세대 다양성이 문제가 된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찬성도 민주당이 반대도 민주당 의원이 하고 있다. 

판사 출신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반대토론에서 

 

1) 김명수 행정처의 이 법원조직법 개정안,

<법조일원화를 퇴행시키고, 1심판사요건과 2심판사요건을 5년과 10년으로 쪼개서 판사승진제를 사실상 부활시키는> 이 개정안을 반대합니다.

 

2) 이 개정은 표면적으로는 단순히 인력난을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 법조현실과 전체사법시스템에 장기적으로 최악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현행법은 짧게는 참여정부가 출범한 2003년부터, 또 길게는 1993년부터 18년간 논의해서 2011년에 도입한 제도이다.

그런 제도를 입법공청회 한번 안하고, 법안 발의 후 단 3개월만에,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이렇게 퇴행시키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무리수이다. 

 

 

#끈끈이대나물

 

3)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판사순혈주의 국가, 법원관료주의 국가로 분류된다.

법조일원화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판사를 필기시험으로 뽑고,

유일하게 판사를 대의기관의 관여없이 법원 자체적으로 뽑는 나라이다. 

그래서 판사는 사법농단판사들처럼 “필기시험만 잘 보고, 손 빠르고, 법원장/대법원장 말 잘 듣는 사람”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것을 바꿔달라는 사회적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다양한 사회적 경험과 퍼블릭 마인드를 갖춘 사람,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 평범한 시민들의 현실을 아는 사람”으로 바꿔달라는 것이다. 재판은 수학이 아니기 때문이다. 

 

4)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필기시험 없애고, 법원이 아니라 국회/정부/지자체/시민사회단체 등 사회제세력이 연합해서 판사를 뽑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한번도 실현되지 못했다. 유신헌법이 제정된 이래 지난 50년간 누구도 이 제도를 못 바꿨다. 

 

#괭이밥

 

 

5)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판사임용 경력이라도 길게 설정해서 기존의 판사 상과는 다른 인재들, 다양한 사회적/직업적 경험을 쌓은 인재들이 법원 안으로, 물밀 듯이 들어가도록 하자는 것이 지난 2011년 국회사법개혁특위 여야합의의 내용이다. 

 

6) 그 취지에 따라 오늘도 수많은 젊은 법조인들이 국가기관, 공공서비스분야, 시민사회단체, 연구기관, 지역변호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현장의 경험과 퍼블릭 마인드를 쌓아가고 있다. 판사희망자가 없는 게 아니다.

사람들은 제도에 조응해서 바뀐다. 5년차 변호사 비율만 해도 2017년 6%에서 작년엔 83%로 14배가 뛰었다.

그런데 오늘의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이러한 새로운 판사상을 담지한 젊은 법조인들은 판사가 되는 길이 사실상 봉쇄된다.

 

 

#등나무 등꽃

 

7) 대형로펌출신자들과 법원 내부승진자들의 독식현상이 심해지고, 전관예우와 후관예우가 더 심해질 것이다. 

이미 내년도 신규임용 판사 157명 중 상위 7개 로펌 출신이 무려 50명, 법원 로클럭 출신이 무려 67명으로 전국 신규판사의 1/8이 김앤장 출신이다. 전국 신규판사의 1/8을 하나의 로펌에서 충당하는 나라, 이런 나라가 전세계에 또 있겠는가?

 

8) 판사 임용경력을 5년으로 퇴보시키면 법원은 변호사시험 성적 좋은 사람을 로클럭으로 입도선매하고, 3년 뒤 대형로펌들은 판사로 점지된 이 사람들을 모셔가는 후관예우 경쟁이 치열해진다. 로펌에서는 벌써부터 2년간 기름칠해둔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꽃잔디

 

9) 더 큰 문제는 판사승진제도가 부활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1심판사 임용경력은 5년, 2심판사 임용경력은 10년. 1심 판사를 5년하고 나서 2심 판사로 승진시키겠다는 뜻이다. 어차피 법원은 10년 경력자들은 원하지 않을 것이니 2심 판사 충원을 내부승진시킬 것이다. 이러면 5년 차 승진 판사, 6년 차 승진 판사, 7년 차 승진 판사로 판사들이 서열화되고, 승진 탈락하면 옷 벗고 전관개업하게 되며, 이로 전관예우 논란은 더 심해지게 될 것이다. 

 

10) 작년에 고등부장승진제도가 폐지되었고, 이게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유일한 법원개혁 성과이다.

그런데 왜 그걸 은근슬쩍 되돌릴 수 있는 일에 우리 국회가 협력해야 하는가? 

 

11) 오늘의 이 개정안은 법원을 서서히 병들어가는 사람처럼, 점점 더 기득권에 편향되게 만들 것이다.

지난 6월 강제징용손해각하판결처럼 탁상공론인 판결들이 늘어날 것이다.

최대의 피해자는 재판받는 국민들이다.

 

 

 

 

 

12) 마지막으로 한가지 속기록에 남겨두고자 한다. 

이 개정안이 공론화 절차 없이 3개월 만에 본회의장에 올라오는 특혜를 누린 것은,

법원행정처 현직 판사들의 입법 로비 때문이다. 현직 대법관, 현직 고등부장, 이런 사람들이 재판 전후로 쌓은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서 양당 국회의원들에게 접근한다면 양승태 행정처와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런 입법로비를 전담한 판사들은 다시 재판에 복귀하거나,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더 고위법관직을 노리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이런 이유로 이탄희 의원은 이 법안을 부결시키고, 다시 차분하게 공론화절차를 거칠 수 있게 하자고 호소했다.

이탄희 의원의 반대토론이 있기 전에는 이 법안이 법원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또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하고 있고, 찬성 토론자도 민주당 의원이 맡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탄희 의원의 반대토론을 듣고 보니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아니 이렇게 심각한 문제를 어떻게 제대로 된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이렇게 법안이 상정될 수 있는지 

도대체 국회의원들은 뭘 하고 있는지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20년에 걸친 법원의 개혁을 한 순간에 다 뒤엎어 버릴 수 있는 법안이 이리 쉽게 상정하였다는 것은 

이 법안을 검토한 법사위 의원들부터 심한 질책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기권자가 많아 이 법안이 아슬하게 부결되었기 망정이지

만일 통과되었다면 20년 노력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뻔하였고, 법원의 개혁은 그만큼 더 요원할 뻔 하였다.  

그래도 판사 출신인 이탄희 의원이 이 법안을 제대로 분석하였고,

그 심각성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였기에 이런 악법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다.

수고한 이탄희 의원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다.  

 

그리고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부결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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