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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대학내 대형종합쇼핑몰이 실패한 이유는? 본문

박기자 취재수첩

최초의 대학내 대형종합쇼핑몰이 실패한 이유는?

레몬박기자 2009. 9. 21. 11:52


올해 2월 13일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대학 내에 종합쇼핑몰이 부산대학교에 들어섰습니다. 효원굿플러스는 전국 국립대 최초로 시도되는 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 투자 건물로 지상7층 지하3층의 규모인데요, 지하는 식당가와 주차장으로 그리고 지상 6층까지는 쇼핑몰과 극장가, 그 이후로는 평생교육원과 효원문화회관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학내에 쇼핑몰은 부적합하다는 많은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산대는 이를 짓게 하는 대가로 국립대 최대 규모 시설을 갖춘 경암체육관과 제 12 공학관 신설, 넉터와 정문 을 개선하였습니다. 실제로 경암체육관 신설로 체육교육과와 스포츠과학부는 그동안 겪은 불편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비용만 약 220억이 넘는다고 하는군요. 효원굿플러스는 30년간 무상임대하는 조건이었습니다. 이 건물을 지은 효원 E&C의 판단으로는 충분히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주위의 수많은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공사를 강행한 결과 올해 2월 13일 개장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외국에는 학교 내에 대형 쇼핑몰 뿐만 아니라 호텔까지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네들의 대학 앞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법적으로 우리 대학들처럼 유흥가나 쇼핑거리 등이 들어설 수 없는 것이죠.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대형쇼핑몰이 들어설 수밖에 없고, 학생들을 찾아온 학부모들을 위해 호텔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것을 두고 우리도 그러해야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실 기가 막힙니다.


효원 굿플러스를 지을 때 그 광고 문안에는 "부산 최대의 상권 부산대"라며 부산대가 갖는 상권을 최대로 부각시키며 무조건 성공을 장담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대 앞은 서울의 신촌이 울고갈 정도의 대단한 상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일단 이 학교 학생만 2만명이 넘고, 그 주위에 형성된 상권으로 유입되는 유동인구만도 하루에 수십만명에 달합니다. 그러니 대학정문 입구에 그것도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길이 이 건물 가운데를 통과해야 한다면 더 말할나위 없겠지요. 그래서 학생들도 많이 반대했지만 실은 그 앞의 상가들이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개점한 지 지금 한 학기가 지났는데 결과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실패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 주위의 상점을 탐문하여 효원굿플러스가 개점한 이후 어려운 점이 있었느냐고 물으니, 전혀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더욱 놀라운 것은 상점 안에 아직도 입접하지 않은 곳이 많이 있고, 이미 입점한 이들이 효원굿플러스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기자가 이곳을 취재하기 시작한지 두달이 지났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학생들에게도 물어보고, 점원들에게도 그리고 이곳을 찾은 소비자들에게도 물어보니 몇 가지의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효원굿플러스에 대한 부산대학생들의 거부감을 해소하지 못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것을 건축할 때 엄청난 반대가 있었습니다. 이미 부산대 앞은 대학가라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초대형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데, 상아탑이라고 불리는 국립대학 안에 학문을 연구할 연구센터가 아니라 도리어 학문수양에 방해가 되는 이런 쇼핑몰과 영화관이 버젓이 들어온다는 것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부산대학생들이 인간띠를 만들어 반대하고 데모도 하였고, 또 수차례 협상을 하였지만 학생들이 이런 바람을 비웃듯이 이런 형태의 건물이 들어서니 학생들이 결코 좋아할 수 없는 것이죠. 게다가 이 건물 때문에 진입로가 변경되어 인문대학과 자연대학 등 몇 군데에 대학버스가 지나지 않아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 것도 거부감을 형성하는데 한 몫을 담당했던 것입니다.






둘째, 부산대 상권의 주소비층의 소비 트랜드를 이해하지 못했다.
일단 굿플러스측은 이것을 짓기 전에 소비자의 성향조사를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부산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이 학교 학생들의 소비성향을 어느정도 안다고 할 수 있는데, 말이 2만명이지 거의 가난한 학도들입니다. 폼나게 이런 곳에서 소비할 여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학교 앞에 거대한 상권의 주 소비층 역시 부산대생들이 아닙니다. 외부에서 부산대에 쇼핑온 사람들이 더 많으며, 특히 이 중에는 중고등학생들도 상당한 소비층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이 어리고 젊은 소비층은 대형 마트나 쇼핑몰에서 원하는 물건을 집어가는 쇼핑방식보다는 발품팔이 하여 조금이라도 더 싸고, 더 마음에 드는 물건들을 고르는 재미를 더 크게 생각합니다. 즉 물건을 사되 물건사는 재미를 느끼는 쇼핑족이라는 것이죠. 굿플러스처럼 쇼핑몰 형태는 30대 이상의 주부층이 선호하는 쇼핑공간이라는 점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셋째, 가격이 너무 비싸다
이것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일단 건물의 위치부터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굿플러스는 부산대학교 정문 옆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곧 주 소비층을 부산대학생에게 둔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곳에 입점하는 품목이나 가게의 성향 역시 부산대생에게 맞춰야 하는데, 학생들이 구입하고 즐기기에는 고가의 제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부산대생들은 별로 소비를 즐기지 않는 계층입니다. 이를 몰랐던 것이죠. 그리고 부산대 앞의 거대한 상권에 비한다면 또한 이곳이 대형쇼핑몰이긴 하지만 초라하기 그지 없습니다. 가격 경쟁도 안되고, 품목 역시 다양하지 않으니 외면당할 수밖에요.





넷째, 상가 구조가 너무 복잡하다

이곳에 한 번 들어선 분들은 누구나 지적하는 것입니다. 나가는 출구를 찾지 못해 너무 불편하고, 다시 들어오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처음 설계한 분들의 생각에는 들어와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헤메다보면 아무래도 쇼핑할 시간이 많지 않겠냐 싶었는지 모르지만, 이것은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행위이고, 이렇게 불쾌감이 가득찬 소비자가 여기서 기부놓게 쇼핑할리가 없죠. 얼른 빠져나가고 싶을 것입니다.









다섯째,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대형서점이 들어서는 정도일 것이다
어떤 분들은 그래도 롯데시네마 정도는 성공하지 않겠는가 하시겠지만 그것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학생들 정말 공부하는데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볼 때도 시내 가는 재미도 무시못합니다. 다른 이들은 부산대 오는 것이 낙이지만 부산대생들은 시내 나가는게 낙입니다. 그러니 그곳을 이용하기 쉽지 않죠. 한 2천원정도 할인해준다던가 하면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정가를 받되 팝콘과 콜라 무료 시식권을 주던가 그런 특단의 조치가 있으면 성공할 것입니다.

그리고 굿플러스에서 가장 성공확률이 높은 것이 있다면 초대형서점이 아닐까 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부산대 정문 앞에는 전공분야별로 대형 서점들이 있었고, 그나마 저희들의 자랑이 우리 대학 앞의 서점은 망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이었습니다. 부산에는 서울의 교보문고와 같은 초대형서점이 없습니다. 그런데 부산대에 그만한 규모의 서점이 갖춰진다면 이는 부산대생들에게도 큰 호감을 갖게 하는 갖게 하는 것이고, 부산의 교육문화를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부산대처럼 BTO방식의 투자는 다른 대학에서도 점점 확산되어질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좋은 효과를 내려면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봐야 할 것이 많아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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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포스팅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상식으로 학교 안에 대형쇼핑몰이 들어선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또한 이것이 빌미가 되어 앞으로 대학이 더욱 상업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에 첫 포스팅에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댓글에서 보신 것처럼 이것이 입점하신 분들에게 또 다른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 부분을 삭제하며, 굿플러스에 입점하신 분들과 종사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 글에서도 아시겠지만 굿플러스는 이미 들어선 것이기에 저도 이곳이 좀 더 잘 운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꽤 오래동안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본 것입니다. 이것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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