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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박기자의 카메라여행

운명적인 여인,그러나 단돈 천원이 없어 돌아서야했던 사연 본문

사진과 사연

운명적인 여인,그러나 단돈 천원이 없어 돌아서야했던 사연

레몬박기자 2009.12.17 17:00


날이 추워오니 옛날 대학 다닐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이제 저도 조금씩 나이가 든 티를 내나 봅니다. 그래도 잊지 않고 있는 그런 나만의 과거가 있어 행복하기도 하구요. 제가 대학 3학년 말, 아마 이때쯤이라고 기억합니다. 저는 당시만 해도 범생이과라서 아침에 학교와서 오후에 도서관 드러고, 교회 갔다 집으로 가는 일상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수업을 마치고 학교 도서관으로 갔습니다.





(여기가 제 젊음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부산대학교 도서관입니다.
지금은 제2도서관이라고 하던데, 그 때는 중앙도서관이었습니다. )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 맞은 편 자리의 주인도 자리에 앉더니 책을 펴고 공부를 하더군요. 얼핏 고개를 들고 봤는데, 대단한 미인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좀 체질이 이상해서 앞에 여학생이 앉아 있으면 집중이 잘됩니다. 그 사람에게 잘보이려고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남자가 있는 것보다는 여자가 있으면 집중이 더 잘되더군요.


저는 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당시 우리과는 한 학년이 거의 100명정도였고, 남자가 30여명, 여자가 70여명정도로 3:7로 여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그런 학과 분위기의 영향인지 하여간 제 앞이나 옆에 이쁜 여학생이 앉으면 그 날의 집중력은 최고조에 이릅니다. 
그 날 저의 집중력은 정말 최고조에 이르러 열심히 공부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공부한 인문대학 겸 학교본부가 있는 건물입니다. 지금은 학교본부를 다른 건물로 옮겼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이 건물 예전에 건축대상을 받은 명품 건물입니다. 이 건물이 지어질 당시만 해도 이런 곡선에 유리로 전면을 한 건물이 없었다고 하네요.)



 
다음 날 저는 또 수업을 마치고, 도서관을 향했습니다. 보통 1층 열람실에서 공부했는데, 그 날은 자리가 없어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다행히 빈 자리가 보여 자리를 잡고, 커피 한 잔 하려고 휴게실로 내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오늘은 내 맞은 편에 누가 앉으려나 내심 기대가 되었습니다. 어제 그 정도의 미녀가 온다면 오늘도 공부 정말 열심히 할 것인데..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입니다. 차를 한 잔 하고 열람실에 들어갔더니 "오잉~  이럴수가!"  어제 그 환상적인 여인이 또 제 자리 맞은 편에 다소곳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할렐루야~ 저는 마음으로 쾌재를 부르며, 제 책을 펴고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슬며서 이 여인은 누군가 싶어 그 여학생의 책을 보니 그 책 옆면에 학과랑 학번이 적혀있네요. 영문과였고, 저보다 한 학년 아래더군요. 속으로 "이거 잘하면 오빠되는거 아냐?" 그런 음흉한 생각도 가지며,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하였습니다. 얼마나 집중력을 갖고 공부했는지, 제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 여학생은 온데간데 없고, 시간은 버스 막차 시간이 가까워오더군요. 그 날도 저는 아주 가볍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제일 윗 사진이 부산대가 자랑하는 미리내계곡입니다. 지금은 옛날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입니다. 그 때는 지금보다 계곡이 좀 더 깊었고, 나무들도 울창해서 운치가 더했습니다. 학교 안에 계곡이 있는 곳은 우리 밖에 없다고 자랑할 정도로 아름다운 계곡이었습니다.
여름에 어떤 친구들은 여기에 텐트를 치고, 밤에 삼겹살 사와서 구워먹기도 하구요..
 정말 그 땐 학교 다닐만 했더랬습니다. 
요즘 대학생들 좀 불쌍합니다.)






수요일, 벌써 한 주일의 절반이 되었네요. 저는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슨 낙으로 살았는지... 오늘은 은근히 기대가 되더군요. 과연 오늘은 내 앞에 누가 앉을 것인가? 그런데 수요일이 되어서인지 도서관이 조금 썰렁합니다. 1층 열람실도 빈 곳이 많아 자리잡기도 좋았고, 아쉽게도 제 앞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더군요. 조금 서운한 마음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한 9시쯤 되었을까요? 제 앞 자리에 누가 자리를 잡는데 얼핏 여학생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어봤더니 "헉!!!" 심장이 멎을 뻔 했습니다. 또 그 환상의 여인이 아닙니까? 그녀도 앉으면서 저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살짝 웃으며 책을 펴더군요. 그런데, 그 앞에 작은 성경책을 내려놓는 것이 아닙니까? "아~ 기독교인이구나?" 내심 반갑더군요. 그런데 그 앞에 성경공부 교재도 한 권 놓여 있던데, 모 기독교 선교단체의 교재였습니다. 

"아~ 오늘 이 단체 정기 채플이 있는 날이지? 예배 갔다 오는 길이구나..잘 됐다, 이 여학생이 누군지 정체를 알아봐야겠다" 

제가 이런 마음을 가진 이유는 그 단체 총대표가 제 친구였거든요. 그리고 중간 지도자급이 다 친구 아님 후배니 학과와 이름만 대면 아마 그 여학생에 대한 신상정보는 줄줄줄 나올 것이 아닙니까?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요. 그리고 다음 날 친구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 대답은 해주지 않고, 니가 알고 싶으면 우리 한테 와라...그러면서 뻐기네요.











목요일, 저는 이번엔 3층 열람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자리잡은 자리가 바로 그 여학생이 선점한 곳의 맞은 편이었습니다. 여러분, 이 정도면 완벽한 신의 섭리가 아니겠습니까?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저나 그 여학생 둘 다 잠시 멍하니 상대를 쳐다보다, 이내 다시 열공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음에 다짐을 했습니다. 내일도 이러면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나의 운명이다.. 그렇게 날이 어두워졌고, 제 마음은 콩닥콩닥 뛰었습니다.






(부산대학교 교정은 참 많이 변했습니다. 제가 다닐 때만 해도 건물도 나즈막하고, 띄엄띄엄 있었고,
공터나 잔디밭이 많았는데 지금은 건물이 너무 많이 들어서서 숨막힐지경입니다. 그만큼 많이 발전했다는 것이겠죠?)






드뎌 운명의 날이 밝았습니다. 빨리 수업이 마쳤으면..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리 드디게 가는지.. 제가 빨리 마치고 간다고 그녀가 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ㅎㅎ 저는 오늘 저의 운명을 확실하게 시험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올라가서 공부해본 적이 없는 맨 꼭대기 열람실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책을 펴서 저의 운명을 기다려보았습니다. 그런데 1시간, 2시간이 지나도 환상의 그녀는 나타나질 않았습니다.

' 아, 내 운명은 아닌가보다~~"

이렇게 생각할 찰라, 내 눈 앞에 그 환상의 여인이 나타나 제 앞에 앉는 것이 아닙니까?
저는 속으로 "앗싸~"를 외치며, 싱글벙글거리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전혀 집중이 되질 않더군요. 그런데 그 여학생. 갑자기 책을 챙기더니 저를 살짝 노려보면서 눈짓을 하네요. 그리고는 가방을 가지고 열람실 밖으로 나가더군요. 순간 정말 가슴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저도 책을 주섬주섬 챙겨 황급히 그녀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가 사회대학 건물입니다. 예전엔 이곳이 넓은 잔디밭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대 학생들 걸핏하면 여기 모여 데모하니 학교에서 어느날 공원으로 바꾸어버리더군요. ㅎㅎ







저는 도서관을 빠져나와 그 여학생 뒤를 좇았습니다. 그런데 웬 여학생 걸음이 그리 빠른지.. 제 시야에서 사라지고 없네요. 그래도 정문으로 갔겠지 싶어 정문 쪽을 향하여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습니다. 도서관에서 정문까지는 약 500미터 정도 되구요지금은 큰 건물들이 들어서 있지만 옛날에는 정문 입구를 들어서면 축구장이 두 개 나라히 붙어 있었습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니 저만치서 그녀가 서 있는 것이 아닙니까? 제 가슴은 정말 몽둥이로 두들기는 것처럼 두근거렸습니다.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현기증이 나더군요. 저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향해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불현듯 주머니사정이 생각이 나더군요. 커피라도 마실려면 ...이럴수가, 제 주머니에는 달랑 회수권 한 장만 남아있었습니다.금요일이라 이미 제 용돈은 바닥을 친지 오래되었거든요. 전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 제 마음은 울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가가자 그녀는 저를 쳐다보더군요. 마치 어서오라는 듯이 방긋이 웃음까지 지으면서 말입니다. 그런데요~~ 흑흑 ..저는 고개를 푹 숙이고 그 곁을 지나쳐야만 했습니다. ㅜㅜ 그녀의 웃음을 뒤로 하고, 아~ 이 속타는 제 마음.. 죽겠더군요. 버스에 올라서는 속으로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난 왜 이리 못났을까? 되던 안되던 간에 그래도 말이라도 붙여볼걸..오늘 당신이 커피값을 내면 난 당신 평생의 밥값을 책임지겠노라고 왜 말 못했을까? 뒤늦게 가슴을 쳐봐야 뭐하겠습니까? 이미 지나간 버스인데요.


그리고요, 다음 주 월요일 학교에 갔더니 제 친구가 저보고 그러더군요.
그 여학생 이름을 대면서, 너 혹시 걔한테 실수한 거 있냐고 묻네요. 그 여학생이 제 이름을 대면서 "국문과에 그 사람 있죠? 도대체 어떤 사람이예요?" 막 흥분해서 따지더라는 것입니다. 저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말도 못하고, 완전 여성들의 역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환상의 여인은 제 아내가 아닙니다. 이젠 얼굴도 기억이 나질 않네요. 벌써 20년의 세월이 지나버렸거든요. 저는 그저 제 마음에 기억나는 여인의 얼굴, 제 아내 하나면 족합니다. ㅎㅎ 저는 지금도 제 아내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제가 아내를 열심히 쫓아다닐 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


전국의 츠자 여러분, 저 같이 소심한 남성들에게 대시할 수 있는 용기를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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