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공감과 파장

택시운전사 김사복 CBS노컷뉴스에서 실재인물로 밝혀 본문

기억할뉴스

택시운전사 김사복 CBS노컷뉴스에서 실재인물로 밝혀

레몬박기자 2017. 9. 10. 22:07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가 천만 관객을 넘으며, 영화의 택시운전사 주인공으로 등장한 '김사복'씨가 누군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사에서 백방으로 김사복씨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는데, 영화를 본 한 사람이 자기 아버지가 택시운전사의 김사복이라며 자신의 트윗터를 통해 주장하였고, 그 진위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글을 올린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를 인터뷰했고, 그 인터뷰에서 영화 택시운전사 김사복은 자신의 아버지가 맞다는 증언을 하였다. 그 아들의 증언은 영화의 김사복씨와 좀 다른 면이 있었다. 먼저 김사복씨는 영화에서처럼 일반 택시를 모는 기사가 아니라 자신의 세단 승용차를 이용해 호텔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택시였다는 것이다. 힌츠페터 기자도 자신의 회고록에서 자신이 타고 갔던 택시는 일반 택시가 아니라 검정색 세단이라고 회고하였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찍은 영화사에서 일반 택시나 개인 택시기사 중에서 김사복을 찾았지만 찾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 



김사복씨의 아들 김승필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김사복이라는 증거로 아버지 김사복과 힌츠페트 기자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을 공개했다. CBS 취재진은 다양한 경로로 이를 검증하기 위해 노력한 끝에, 1980년 힌츠페터와 함께 독일 TV방송인 ARD-NDR에 소속돼 일본 특파원을 지낸 페터 크레입스(Peter Krebs)와 연락이 닿았다. 힌츠페터는 현재의 부인과 지난 2002년 결혼한 까닭에, 크레입스는 힌츠페터의 1980년 당시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인물. 그에게 택시운전사 김사복과 힌츠페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보냈고, 사진을 받아본 크레입스는 힌츠페터가 맞다고 확인해줬다. 그는 "안경을 낀 남자는 힌츠페터가 맞고, 머리가 벗겨진 인물은 사운드맨인 헤닝 루머(Henning Ruhmor)"라면서 "누가 이 사진을 찍었느냐"고 궁금해 했다. 김승필씨의 아버지와 영화 속 주인공의 일치 여부를 둘러싼 의구심이 말끔히 해소된 셈이다. 


크레입스에 따르면 ARD 방송사의 독일 특파원 사무소가 처음 만들어진 건 1971년으로, 그는 처음부터 1982년까지 일본은 물론 한국과 대만 필리핀을 취재하는 특파원 활동을 했다. 그의 주요 취재 대상 중 하나는 김대중과 같은 야권 정치인이었는데, 1980년 5월 18일 광주의 상황을 접하게 됐다. 곧바로 취재를 결심한 크레입스는 카메라맨이었던 힌츠페터와 사운드맨이었던 루머에게 광주행을 지시했다. 크레입스는 "그때 나는 서울에 잘 알려진 상태였기 때문에 KCIA(중앙정보부)가 나를 가로막을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그래서 힌츠페터와 루머에게 그곳에 가 취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우리가 광주에 있던 유일한 외국 기자들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독일 주간지에 소속된 자신의 아내 루이즈 크롬(Luise Crome)도 광주를 취재했다는 것.



현지 취재가 크게 제약받지 않은 것에 대해 그는 "전두환 정부는 김대중이 좌경 학생들을 동원해 쿠데타를 시도하는 것으로 비난하려 했고, 외신 기자들에 의해서도 그러한 사진이나 영상들이 전해지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크레입스는 이어 "다행히 전두환의 기대는 잘못된 방향으로 진행됐다"면서 "전세계는 정부의 명령을 받은 군인들의 잔혹함에 경악했다"고 말했다. 


김사복씨의 이전 행적도 눈길을 끈다. 영화에 보면 김사복씨는 대학생들의 데모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일반 시민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다 광주의 참상을 눈으로 목격하며 생각의 전환을 가졌고, 힌터페츠의 취재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아들 김승필씨는 아버지께서 외신 기자들의 취재 지원을 빈번히 하면서, 특히 재야의 유력 인사들과도 접촉할 기회를 가졌으며, 평소 '사상계' 같은 책을 즐겨 읽었고, 이런 평소의 신념이 목숨을 걸고 광주로 향한 외신 기자들과 두번이나 함께하는 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힌츠페터가 공저한 책 'The Kwangju Uprising; Eyewitness(광주의 봉기: 목격자)'에 따르면, 두 사람은 광주의 참상을 목격하고 촬영된 영상을 일본으로 보낸 뒤 또다시 광주를 찾았고, 이번에도 김사복씨가 한국에 도착한 힌츠페터에게 곧바로 브리핑해주었다는 사실("As we drove, Kim briefed us on the situation")로 미뤄, 김씨가 당시의 비상계엄 국면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들 김승필씨는 "아버지는 기자를 태우고 수동적으로 광주에 내려간 기사가 아니라, 인권주의자였다"고 주장한다. 이어 "영화 '택시운전사'는 실화를 재구성해 김사복이라는 인물과 힌츠페터의 소신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해준 역할을 한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필씨는 "아버지의 행적을 제대로 알려내는 일은 아들된 도리"라고 밝히며,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과 협의해 아버지 김사복씨의 행적을 복원·전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한편, 힌츠페터가 묻힌 망월동 묘역으로 아버지의 유해를 옮겨 안장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by 레몬박기자

레몬박기자 오늘의 사진 바로가기 클릭

*이 글이 유익하셨다면 추천 하트 한 번 눌러주세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