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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모리배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숭배하는 이들의 정신세계

레몬박기자의 레몬박기자 2021. 1. 2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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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만화가가 친일모리배 후손과 독립운동후손가가 사는 집을 대조하며 친일후손들은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사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표현했다. 이에 수많은 질타가 이어졌고, 광복회는 정식으로 이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여 최소 82억의 배상소송을 하였다고 한다. 

 

역사학자 전우용선생은 이 만화가가 열심히 산 사람이라고 한 이들을 두고 '친일모리배'로 규정하며 비판하였다. 그리고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왜 이들이 이런 식의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분석하였다. 

 

독립운동가 소해 장건상 선생 동상 _부산 민주화공원 내 @레몬박기자 

 

 

다음은 전우용 선생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 

 

역사학자 전우용 선생 

 

2008년, 대법원은 김완섭이라는 사람이 독립운동가들의 명예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벌금 750만 원의 유죄를 확정했습니다. 김완섭은 “김구는 민비의 원수를 갚으려 무고한 일본인을 살해한 뒤 중국으로 도피한 조선왕조의 충견”이며, “유관순은 폭력시위를 주동한 여자 깡패”이고, “안중근은 이토를 암살하여 결국 일본이 조선을 핍박하게 만든 민족의 원수”라고 주장했습니다. <친일파를 위한 변명>이라는 책도 냈고, 일본 도쿄 도지사와 대담하면서 “조선총독부가 없었다면 지금의 한국 발전도 없었다, 일본 통치시대에 착취는 없었고, 일본은 한국에 근대화의 노하우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북한에 대응해 한일 군사동맹을 만들자" 등의 주장을 폈습니다. 요즘 일베 무리가 퍼뜨리는 주장은, 그의 주장을 '복제'한 겁니다.

김완섭이 친일파들을 위해 ‘변명’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모욕하던 그 무렵, 한나라당의 전여옥씨는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자를 존경하지 않는 게 큰 문제’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대히트를 친 것도 같은 무렵입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재산 축적'을 인생의 유일한 목적으로 삼고, 부를 '개인의 자질과 성실성 문제'로 치환하는 태도도 확산했습니다.

레이거노믹스와 대처리즘의 시대를 거치고 소련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겪은 뒤, ‘신자유주의’는 지배적인 세계 사조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일본의 식민통치 덕에 한국이 근대화했다’나, ‘친일파는 근대화의 선구자들이며 독립운동가는 폭도들일 뿐이다’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온 것도 이 ‘세계 사조’의 영향입니다. 이 세계 사조는 ‘이명박 시대’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간을 ‘표준형’이자 ‘모범형’ 인간으로 봅니다. 그들은 ‘주어진 조건에서 사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행위’를 '최선의 인간 행위'로 상정합니다. 이들의 사고체계 안에서는, 친일 부역자나 군사독재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자들이 ‘모범’입니다. 그들은 이런 ‘사익 지상주의자’들이 시장을 넓히고 경제를 성장시키며 역사를 발전시킨다고 봅니다. 그들에게 ‘정의를 위한 투쟁’이나 ‘약자에 대한 연대’ 등은 사회를 어지럽히고 시장 질서를 교란함으로써 역사 발전을 지체시키는 부정적 요소입니다.

그들에게는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개념이 없거나 부족합니다. 그들은 ‘나라와 동족을 팔아 부자가 된 자’들을 ‘열심히 산 사람’이나 ‘합리적 인간’으로 보고, ‘나라와 동족을 위해 자기와 자기 가족까지 희생한 사람’을 ‘폭도’나 ‘비합리적 인간’으로 봅니다. 이게 저들이 친일 모리배를 숭배하고 독립운동가들을 비하하는 이유이며, 독립운동의 역사 전체를 폄훼하고 ‘건국절’을 따로 제정하려는 이유이고, ‘천황제 군국주의 정신’에 뻐져드는 이유입니다. 당연히 이런 자들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세력이 있으며, 지금도 그 힘은 강력합니다.

일제강점기 이광수는 교육은 ‘피적포이술(避敵哺餌術)’, 즉 ‘적을 피하고 먹이를 구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인간적 가치’를 하찮게 여겼고 ‘먹고 사는’ 문제만 중시했습니다. 인간을 짐승과 똑같은 존재로 취급한 것이 그가 친일 논리에 빠져든 이유입니다. 그 결과 정작 그와 그의 추종자들은 일제가 기르는 가축과 다를 바 없는 존재가 돼 버렸습니다.

친일 모리배 숭배와 독립운동가 비하는 문제의 일부일 뿐입니다. 진짜 핵심 문제는 ‘누가 열심히 살았는지 대충 살았는지를 판단하는 유일 기준은 재산’이라는 믿음에 있습니다. ‘삼한갑족(三韓甲族)’이자 대부호였던 이회영 선생 형제들은 전 재산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내놓고 본인들은 굶주리다 죽거나 고문당하고 죽었습니다. 안중근은 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사형당했고, 자식들에게 아무런 재산도 물려주지 못했습니다. ‘재산은 인생의 유일 성적표’라고 믿는 자들에게는 저런 분들이 ‘대충 산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자는 열심히 산 사람이고 가난한 사람은 대충 산 사람’이라는 단순 무식한 전제에 동조하는 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남의 글들을 통째로 훔쳐서 여러 개의 상을 탄 사람이 국민의힘 국방안보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다가 사실이 발각된 뒤 해임됐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기 이익만을 중시하고 인간의 도리를 하찮게 여긴 ‘사익 지상주의자’ 중 한 명일 뿐입니다. 관점에 따라서는 그가 자기 이익을 위해 '열심히' 산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는 비록 국민의힘 ‘위원’에서 해임됐지만, ’국민의힘 지지자‘라는 '사익 지상주의자의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겁니다.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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