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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칼럼

조국의 시간과 윤동주의 자화상이 겹치는 이유

레몬박기자 2021. 6. 6. 21:10

우리는 본말(本末)이 전도(顚倒)되었다는 말을 종종 합니다.

일의 근본 줄기는 잊고 사소한 부분에만 사로잡힌다는 것이지요.

사실 살아오면서 우리는 이런 일들을 많이 겪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이나 궤변을 일삼는 사람이나 집단이 주위에 너무 많기 때문이지요.

 

 

검찰의 행태도 그 중 하나입니다.

김학의 성접대 사건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한 동영상도 실재하고요.

육안으로도 식별이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동영상 속의 인물이 김학의인지 식별이 불가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미적거렸습니다.

그러다 공시시효가 끝나고 지금은 더 이상 처벌을 할 수 없게끔 되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김학의 출금사건을 놓고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관련된 사람을 집요하게 수사했습니다.

심지어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한 이성윤 서울지검장을 소환조사까지 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성윤에 대한 검찰의 태도입니다.

이성윤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하면 그때 기소를 한다는 겁니다.

노골적으로 이성윤을 검찰총장에 임명하지 말라고 대통령을 협박하는 것이지요.

 

 

이런 일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조국을 법무부장관에 임명하려 하자 윤석열은 조국을 수사하겠다며 대통령을 협박합니다.

대통령은 그의 협박을 무시하고 조국을 장관후보자로 내정합니다.

그때부터 윤석열은 조국과 그의 가족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장관 내정은 했지만 임명은 막겠다는 것이지요.

무려 70여회의 압수수색과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루어집니다.

악명 높은 마피아도 가족만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조국 가족을 인질로 삼고 조국에게 장관직을 자진사퇴하라며 협박했습니다.

조국이 거절하자 갖은 모욕과 망신을 주고 그것도 모자라 멸문지화를 시킵니다.

검찰은 지금도 본말전도식의 수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선택적 수사와 선택적 정의가 여전히 검찰을 지배합니다.

 

 

 

문득 인기 드라마 빈센조의 홍유찬 변호사가 생각납니다.

그는 살해되기 직전에 빈센조에게

자신 같은 노땅은 이제 안 되며 독하고 강하고 뻔뻔하게 그놈들을 상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홍유찬 변호사의 말을 저는 이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이른바 샌님정치, 선비정치로는 악을 상대해서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독하고 강하고 뻔뻔해야 악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60내 남자인 저는 반성하고 있습니다.

과정이 좋아야 결과도 좋다는 도덕률에 억매여 악에게 항상 당하기만 했기 때문이지요.

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악을 치기 위해서는 동원 가능한 수단을 모두 사용하라고요.

이렇게 말하는 제가 한편으로는 서글프기도 합니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타락을 했나 해서입니다.

 

 

 

저는 윤동주의 자화상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언제 음미해도 항상 새롭게 다가오는 시입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追憶)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사진@레몬박기자 

 

시를 읽고 난 느낌이 쓸쓸하고 애잔합니다.

시 속의 사나이가 마치 조국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현실에 저항하다 스러져 간 모든 사나이들의 뒷모습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침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by 국어사전 (이 글은 딴지일보게시판에 닉네임 '국어사전'님이 쓴 글을 허락을 받아 게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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