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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문으로 들었소 이 시대 갑과 을에서 보는 군인정신

레몬박기자 2015. 6. 3. 10:36

우리사회의 폐부를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특히 우리나라 1%의 최상류층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던 풍문으로 들었소가

마침내 을의 반란과 승리로 막을 내렸다.

 

막판까지 이어지는 긴장감 속에 과연 갑질의 위세에 을들이 어떻게 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마지막은 아주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풍문으로 들었소 결말은 갑의 영원한 우위는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풍문으로 들었소에 등장하는 갑들은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돈과 권력의 속성으로만 이해했고,

그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역시 그 속성으로만 이해하려고 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아들과 딸에게 어마어마한 재산상속을 빌미삼아 그들의 자식들을 그들의 손아귀에 두려 하였다.

그 재산으로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갑들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다.

한인상(이준)과 서봄(고아성)은 한정호(유준상)와 최연희(유호정)에게 상속포기를 선언하고 떠났다.

한정호 최연희의 딸 한이지(박소영)은 유학을 선언하였고, 

한정호 최연희 부부를 위한 도우미들과 수행비서 김태우(이화룡)도 떠났다.

 

돈과 권력으로 중무장하고 권력층으로 군림했던 부부 곁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 드라마가 진행되는 동안 두 가지에 참 불편했다.

먼저 사람들이 돈 때문에 다른 사람의 종이 된다는 게 불편했고,

우리 사회가 한정호와 같은 재력과 인맥으로 무장한 사람들에게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현실이 참 불편했다.

그리고 이들의 갑질에 대항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이 너무 불편했다.

 

솔직히 이렇게 드라마에서라도 을들이 자기의 정체성을 찾고 반란을 일으키며

갑들의 몰락을 지켜보니 속이 다 후련하였다.

특히 인상이 부부가 그 어마어마한 재산을 포기하고 떠난다는 것은 정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어찌보면 이 드라마에서 진짜 갑은 이 재산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이 돈이라는 갑에 모두가 쩔쩔매고 그 종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 드라마의 끝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이

갑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도리어 연민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난 이 드라마의 끝을 보며 군인정신을 생각한다.

군인정신의 모토는 "안되면 되게 하라"이다.

이 말은 불굴의 정신으로 무장한 군인의 기개를 느끼게 하는 말이지만 아주 비합리적인 말이기도 하다.

안되는 일은 안되어야 당연한 것인데, 이를 되게 하려면 자연적이지 않은 무리한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시에 이 말은 나라를 살리는 창의성과 충성심으로 나타나지만

평소에 이 말이 적용되어지면 어떻게 될까?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현재 이 나라의 기득권자들이 안되는 일, 아니 안되어야 할 일을 어떻게 되게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인맥과 재산 그리고 권력과 정보를 독점해서 안되어야 할 마저도 되게 하는 기적같은 일을 창출해내고 있다. 일반인들은 감히 꿈꿀 수도 없는 일을 그들은 할 수 있기에 스스로 특권층이라 생각하고, 우월감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 특권을 유지하는 것 또한 안되어야 할 일이지만 되게 만드는 능력을 발휘한다. 이런 기득권층의 군인정신이 이 나라를 썩어가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 나라는 기득권층의 군인정신으로 죽어가지만 이 나라를 살리는 것 역시 군인정신이다.

드라마의 을로 등장하는 이들이 갑에 반기를 들고

엄청난 재산의 상속자가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과감하게 포기해 버리는 것.

사실 이는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안되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안되는 일을 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썩어빠진 이 나라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것이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을의 군인정신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by 레몬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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